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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BS 내부 보고서 "수신료 분리, 단순 여론확인뒤 종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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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중앙포토

대통령실이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를 공론화한 가운데 KBS 경영진이 이사회 보고 때 단순히 여론만 확인하고 지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의철 사장 등 KBS 경영진은 지난 22일 개최된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지난 9일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에 관해 국민 의견을 듣겠다며 분리 징수 문제를 공론화하자 마련된 자리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보고에서 KBS 경영진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전망’으로 나누어 보고했다고 한다. KBS는 비관적 전망을 할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KBS 수신료를 함께 부과하는 현행 방식이, 한전이 징수는 그대로 맡되 전기요금 고지서와 수신료 고지서를 분리해서 징수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수신료 관련 순수입이 2022년 실적 기준으로 6274억원에서 1936억원으로 대폭 감소할 수 있다고 경영진은 이사회에 보고했다.

낙관적 전망에선 전혀 다른 예측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을 한 게 ‘단순히 여론 확인 수준에서 종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도서정가제 사례를 들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책의 할인폭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에 관해 국민 의견을 들었다. 첫 번째 국민 토론 의제였지만 찬반 투표 참여자가 2310명에 그치며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러한 KBS 경영진의 보고는 대통령실이 수신료 문제를 공론화한 직후 경영진이 밝힌 입장문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KBS 경영진은 ‘대통령실 국민 제안, 경영진에서 알려드립니다’ 입장문에서 “시청자들의 불만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이번 기회를 왜 이러한 분리 징수 쟁점이 부각되었는지 우리 스스로 겸허히 돌아보고 낮은 자세로 경청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낮은 자세로 경청한다고 해놓고 내부 보고 때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한 것 아니냐”며 “낙관적 전망에서 도서정가제 얘기를 운운하는 것만 봐도 KBS가 수신료 징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22일 김의철 KBS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열린 서울 드라마어워즈 2022에서 대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9월 22일 김의철 KBS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열린 서울 드라마어워즈 2022에서 대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트루스가디언-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지난 20~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KBS 수신료 문제 관련해 66%는 분리 징수 방식에 공감한다고 답했고 28%는 현행 통합 징수 방식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잘함’이 33%, ‘잘못함’이 62%였다.

KBS TV 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1981년 이후 동결된 상태다. 현재 국회에 38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출돼 있지만 현재로선 21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대통령실은 다음달 9일까지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관련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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