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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비빔밥과 불고기에 이은, K-푸드 2.0의 주역 ‘떡볶이・치킨・라면’

중앙일보

입력

우리는 왜 분식을 좋아할까. 일단 빠르다. 종류도 다양하다. 떡볶이・치킨・라면・김밥・핫도그 등 간식으로 더할 나위 없으며 끼니로도 손색없다. 중독성 있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단짠’의 발란스는 입맛을 돋우고 매운맛은 기분을 좋게 한다. 한국인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운 맛의 총집합이다. 그런데, 한국인 한정인 줄 알았던 분식의 인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SNS에는 줄 서서 먹는다는 영국, 프랑스, 미국의 분식집 이야기가 넘쳐난다. TV 예능 프로그램은 저 멀리 멕시코의 바칼라르까지 날아가 한국 분식집을 차렸을 정도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2년 기준)를 보면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K-콘텐트의 인기와 잠재력을 알 수 있는 브랜드파워 지수(Brand Power Index)는 58.8점인데, 그중에서 음식이 66점으로 뷰티(62.3점), K팝(61.7점)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수출 실적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120억 달러(약 15조 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K-푸드의 새로운 서막이 열렸다고 말하는데, K푸드 2.0의 주인공은 ‘분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떡볶이는 한때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실패작이었다. 지금은 우수한 제품력과 유통망 등에 힘입어 K-푸드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떡볶이는 한때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실패작이었다. 지금은 우수한 제품력과 유통망 등에 힘입어 K-푸드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떡볶이’  
2009년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고 대표 음식으로 김치, 비빔밥, 막걸리와 함께 떡볶이를 선정했다. 떡볶이 분야에만 5년간 140억을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떡볶이 연구소까지 열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1년 뒤 문을 닫았고 떡볶이 세계화는 실패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떡의 식감, 국가별로 다른 매운맛의 선호도, 인프라 부족, 짧은 유통기한을 문제로 꼽았다.

14년이 지난 지금, 떡볶이는 K-푸드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즉석조리식품 수출액은 3,493만 달러(약 416억 4,000만 원)다. 2016년 대비 323.1% 증가했다. 특히 떡볶이 수출액이 전년 대비 56.7% 증가했고, 가정간편식 중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 3일 미국 NBC의 미국 내 떡볶이 열풍에 관한 보도를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떡볶이는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기성품으로 팔리고 있고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으며, 떡볶이 전문점도 등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서울의 식당에서 떡볶이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노출한 것도 확산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K-콘텐트를 접하다 생긴 호기심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통망이 잘 갖춰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통망의 확장은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F&B 기업들은 그동안 짧은 유통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떡볶이의 신’으로 해외 떡볶이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동원F&B의 경우 글로벌 식품안전시스템인증(FSSC22000) 등의 기준에 맞춰 상온에서도 10개월까지 유통할 수 있게 제품을 개발한 덕에 여러 유통채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떡볶이의 신’은 2018년 11억 원 규모에서 2021년 200억 원까지 급격히 성장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연교(조여정)가 채끝살 구이를 올린 넣은 짜파구리를 먹고 있다. 사진 CJ ENM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연교(조여정)가 채끝살 구이를 올린 넣은 짜파구리를 먹고 있다. 사진 CJ ENM

중국? 일본? No! 지금은 ‘한국 라면’이 대세
라면의 원조는 중국이다. 오늘날 인스턴트 라면의 모습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건 ‘한국 라면’이다. 그 시작은 2015년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서 시작된 불닭 볶음면 챌린지가 SNS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덕이 크다. 2019년에는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입어 채끝살 구이를 올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이 불었고, 최근엔 국물 라면까지 두루 사랑받는 추세다.

수출액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1900만 달러에서 기생충 열풍이 불었던 2019년에는 4억7000만 달러, 2021년 6억7000만 달러, 지난해에는 7억6543만 달러(9453억 원)를 달성했다. 8년간 3.5배 성장한 셈이다. 이런 성장세라면 일본이 꽉 잡은 미국 라면 시장도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 라면은 ‘맛 보장 제품’으로 통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시장도 있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인데 동남아처럼 매운맛에 거부감이 적다. 현재는 일본의 저가 라면이 점령하고 있지만, 맛과 품질이 모두 뛰어난 한국 라면이 진출했을 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 제2공장을 가동하며 북미 시장에서 전년 대비 18% 성장이라는 실적을 거둔 농심은 해당 공장을 거점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식 치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Pixabay

한국식 치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Pixabay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을 뜻하는 ‘KFC’
국내외 한국 음식 먹방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국식 치킨은 조회수를 올리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조회수나 구독자 증가세가 주춤할 때면, 치트키로 한국식 치킨 먹방을 쓰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식 치킨의 유명세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을 뜻하는 약자 KFC의 뜻까지 바꿔버렸다. 바로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 해외 주요 16개 도시에서 현지인 8500명을 대상으로 실행한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도 한국식 치킨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조사에서, 한식 경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한국식 치킨(16.1%)’으로 나왔다. 실제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는 것 중 하나도 한국식 치킨 또는 ‘치맥’이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은 국내 치킨 브랜드들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단연 BBQ다. 국내 치킨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미국에 진출해 현재 2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는 전 세계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맥도날드 따라잡기’가 목표다. 또 교촌, bhc 같은 기업들도 후발 주자로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광고판에 한국의 아이콘 '김치' 영상이 올라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대상 '종가'와 의기투합해 만든 광고 영상이다. 사진 뉴스1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광고판에 한국의 아이콘 '김치' 영상이 올라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대상 '종가'와 의기투합해 만든 광고 영상이다. 사진 뉴스1

모든 분식에 달려오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Smells like f**king kimchi.” 2015년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버드맨’에 나오는 대사다. 번역하면 “×같은 김치 냄새가 난다” 정도가 되겠다. 한때 김치는 한국인을 조롱할 때 비유하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의하면 2021년 김치 수출액은 약 1억4400만 달러(1632억8160만 원)로, 2016년 대비 80% 넘게 늘었다. 역대 최대규모다. 수출 대상국도 2011년 61개국에서 21년 89개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김치 수출이 크게 늘었다.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알려지면서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발효된 배추를 주로 먹는 국가들의 사망자 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발표했다. 장 부스케 교수는 세계 만성 호흡기질환 퇴치 연맹(GARD) 회장을 지낸 호흡기·알레르기 분야의 권위자다.

김치의 위상이 높아진 데에는 역시 국내 기업의 노력이 한몫했다. 전체 김치 수출액의 43%를 차지하는 대상의 ‘종가’는 2022년 미국에 김치공장을 완공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City of Industry, CA)’에 세운 공장은 대지 면적만 10,000㎡(3000평) 규모다. 배추김치는 물론, 미국 식문화를 반영한 비건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김치도 생산한다. (주) 대상 홍보팀 이석호 차장은 “김치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현지화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김치를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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