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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열풍에 함박웃음 짓는 GPU 업계… 중국서 뜨는 기업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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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연일 화두다. 너도나도 자사 서비스에 챗GPT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분주하다. 새로운 기술의 열풍과 함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은 어딜까? 바로 인공지능(AI) 반도체 GPU 시장 1위 기업 엔비디아(NVIDIA)다. 순서대로 연산을 처리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달리 여러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복잡다단하고 거대한 AI의 연산에 가장 적합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그동안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에 의지했다. 중국에서 엔비디아 AI용 GPU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한다.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도 인공지능(AI), 슈퍼컴퓨팅에 엔비디아 A100 모델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국이 엔비디아 A100, MI250 등 최첨단 모델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며 관련 기업의 기술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기술 자립이 중요한 현시점, 중국에는 내로라할 GPU 제조 기업이 없을까?

차보즈(卡脖子·목을 조르는 핵심기술) 문제를 해결할 중국 GPU 스타트업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이 무어스레드(Moore Thread·摩尔线程, 모얼셴청)다. 2020년 10월 출범한 무어 스레드는 굴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100일 만에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무어스레드 로고. 사진 바이두바이커

무어스레드 로고. 사진 바이두바이커

무어스레드는 창립 초기부터 투자가 끊이지 않았다. 세쿼이아캐피털이 엔젤투자자로 나섰고 이후 선전캐피털(深创投), 세쿼이아캐피털, GGV캐피털로부터 프리시리즈A(Pre-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바이트댄스도 투자에 합세했다. 2021년 11월에는 텐센트 등 9개 기관으로부터 20억 위안(약 3798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2년 12월 27일에는 15억 위안(약 2848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몇 안 되는 대규모 자금 조달 중 하나다.

무어스레드, 경쟁력 뭐길래?

GPU 분야에서 무어스레드는 중국에서 손꼽히는 기술 수준과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통한다.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의 파트너 저우쿠이는 "무어스레드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 최고 GPU 기업의 최신 아키텍처 설계 및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무어스레드는 창립 초기부터 세계 최고의 GPU 인재들이 꾸린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핵심 구성원은 주로 미국의 엔비디아 출신이며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인텔(Intel), AMD, ARM 등 주요 업계 핵심 세력이다. 특히 무어스레드의 주역으로 꼽히는 장젠중(张建中) 전 엔비디아 부총재 겸 중국 시장 총괄 매니저는 업계 요직을 두루 거친 실력자다. 엔비디아에는 2005년 5월 합류해 2020년 9월에 퇴사했다. 델(Dell)·휴렛팩커드(Hewlett-Packard)의 영업 및 사업 총괄 경험도 있다.

무어스레드 창업주 장젠중.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무어스레드 창업주 장젠중.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2021년 11월, 무어스레드는 “창립 300일 만에 3D 그래픽 컴퓨팅, AI 교육 및 추론 컴퓨팅, 초고성능 병렬 컴퓨팅, 초고화질 동영상 코덱(Codec)을 포함한 다양한 GPU 워크로드가 가능한 최초의 국산 GPU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언했다.

2022년 3월에는 반도체(칩)와 컴퓨팅카드, 시스템 아키텍처, 디지털 휴먼 솔루션 등을 포함하는 첫 번째 제품을 공개했다. 핵심은 MUSA 통합 아키텍처와 세 가지 주요 칩(GPU 칩 '수티(Suti)', GPU 데스크톱 그래픽 카드 MTT S60, 데이터센터용 서버 컴퓨팅 카드 MTT S2000)이다.

2022년 3월 무어스레드에서 발표한 제품.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2022년 3월 무어스레드에서 발표한 제품.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MUSA는 무어스레드에서 개발한 통합 시스템 아키텍처로 통합 프로그래밍 모델, 소프트웨어 런타임 라이브러리, 드라이버 프레임워크,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 및 실리콘 아키텍처를 포함한다. 개발자는 MUSA를 기반으로 그래픽, 컴퓨팅, 멀티미디어 및 AI 제품, 클라우드 등 광범위한 컴퓨팅 플랫폼에서 실행할 수 있다.

무어스레드는 12nm 공정을 사용해 MUS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GPU인 수티도 개발했다. 수티는 1)최신 그래픽 렌더링 엔진 2)지능형 멀티미디어 엔진 3)AI 컴퓨팅 가속 엔진 4)물리 시뮬레이션 및 과학 컴퓨팅 총 4가지 엔진이 완전한 핵심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주요 주류 운영 체제를 지원한다. 또 엔비디아 CUDA 등과 호환돼 게임, 과학 컴퓨팅, 3D 시뮬레이션 및 기타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수티는 출시 이후 통신, 금융, 교육 및 기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 단일 칩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게임 및 클라우드 렌더링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MTT S60 및 MTT S2000도 출시했다.

2022년 3월 무어스레드에서 발표한 제품들.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2022년 3월 무어스레드에서 발표한 제품들.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2022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무어 레드는 여러 OEM 파트너와 함께 대형 중앙 기업과 대형 국유 은행으로부터 데스크톱에 대한 대규모 구매 주문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어 스레드 MTT S 시리즈 그래픽 카드가 장착된 수만 대의 PC는 통신 및 금융 산업의 디지털 오피스 비즈니스에서 널리 사용될 예정이다.

2023년 1월 10일, 무어스레드는vPC 클라우드 데스크톱 가상화 GPU 시리즈도 출시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MTT S2000 기반 클라우드 데스크톱 솔루션을 출시해 중국 GPU 업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어스레드가 내놓은 GPU 제품.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무어스레드가 내놓은 GPU 제품. 사진 무어스레드 공식홈페이지

중국 GPU 스타트업 봇물, '중국산' GPU 세계 시장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2019년 중국의 GPU 시장은 20억 달러 규모였다. 2024년에는 그 규모가 6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높은 기술 장벽,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재로 인해 중국 GPU 산업은 그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 어떤 기업도 엔비디아와 AMD의 입지를 흔들 수는 없었다.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은 2008년 50% 미만에서 2020년 80% 이상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창사의 경가미전자(景嘉微·300474) 덕에 독점 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6년 설립된 중국 유일의 상업용 GPU 회사인 경가미전자는 그래픽 디스플레이 및 제어, 소형 특수 레이더, GPU 칩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 GPU 칩 제품은 JM5400, JM7200 및 군용기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또 후발 주자인 무어스레드, 비런커지(壁仞科技)는 GPU의 가속화된 컴퓨팅과 그래픽 기능을 모두 커버하고 있으며, 메탁스(METAX)와 덩린커지(登临科技)는 차세대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GPU)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발전의 전략적 기반으로 내세우며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GPU 투자 열풍'이 일면서 중국 GPU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경가미전자, 쑤이위안커지(燧原科技), 일루바타 코어엑스(iluvatar Corex), 덩린커지, 이노실리콘(INOSILICON), 비런커지, 메탁스 등 다양한 GPU 업체가 출사표를 던지며 업계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GPU 스타트업이 상당한 자본과 인재 스카우트에 성공했지만, 투자자와 해당 기업 CEO는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경가미전자의 경우 3세대 JM9 시리즈도 2021년 9월 시험 생산에 성공했지만, 이 제품들 역시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엔비디아와 AMD를 벤치마킹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무어스레드가 업계 강자인 엔비디아와 AMD를 위협할 수 있을까. 사진 바이두바이커

무어스레드가 업계 강자인 엔비디아와 AMD를 위협할 수 있을까. 사진 바이두바이커

무어 스레드가 내놓은 완전한 기능을 갖춘 GPU의 성공적인 연구 및 개발은 중국산 GPU에 대한 신뢰를 일정 부분 끌어올렸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 자립’을 선언한 중국 정부와 새로운 인프라 구축의 뒷받침 속에 GPU 산업이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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