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비사(秘史)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회고록은 종종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다. 2005년 박철언 전 의원이 제기한 ‘3당 합당 40억 수수설’이 대표적이다. 회고록 제목부터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5공·6공·3김시대의 정치비사』였다. 박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0년 1월 3당 합당을 전후해 당시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40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전달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금시초문”이라며 “정치적 음해”라고 반발했다.
야권에서는 2016년 나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도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한국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는데, 그 배경에 북한 정권과의 사전 소통이 있었다는 증언이었다. 송 전 장관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에 먼저 물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문을 구했다”고 적었다. 이듬해 대선을 앞둔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 주장에는 근본적 오류가 있다”라며 “왜곡된 주장”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검사의 회고록이 예전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이인규 변호사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를 출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관련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직한 이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한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야권은 격렬하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이 변호사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악역) 박연진이랑 비슷하다”며 “비평을 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주목할 점은 이 변호사의 친정 격인 검찰에서도 이번 회고록을 불편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중수부 출신 전직 고검장은 통화에서 “역사적 수사의 진실이 개인 이름으로 공표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며 “‘오직 수사로만 말한다’는 게 특수 검사들의 철칙이자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진실의 문을 여는 회고는 필요하다. 다만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조지 오웰의 격언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