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침 묵상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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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진하 시인

고진하 시인

병문안 간 문수보살과 유마 거사가 주고받는 대화. “어찌하여 병이 들어 누워계십니까?”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픕니다.” 이런 보살의 마음은 슬픔의 눈물로 삶의 물레방아를 돌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숭고한 정신인가. 하지만 일개 범부에 지나지 않는 내가 세상에서 몹시 드문 질료인 기쁨으로 슬픔에 참여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다만 뜀뛰는 내 심장의 박동을 우주의 측은지심 박동에 맞추어 슬픔으로 얼룩진 이들을 부축하며 봄길을 걸어가리.

고진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