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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속도조절에 숨통 트인 한은…다음달 금리 동결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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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지난 2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할 때 예상해 온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4월 한 번 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물가와 부동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할 여유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졌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부진으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하다는 점도 두 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꼽히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국내 은행의 원화 연체율이나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약한 고리’인 저축은행·상호금융에서 부실이 생길 경우 SVB 사태처럼 한국에서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 22.7, 21.8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23.5)부터 5개월 연속 ‘위기’ 단계(22 이상)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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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가격 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의 ‘숨 고르기’가 장기화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물가·고용 상황 등을 고려하면 Fed가 5월에 한 번 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한 번만 베이비스텝을 밟아도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당장 4월은 아니더라도 한은이 연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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