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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헌재가 입법 문제 지적한 검수완박법, 폐기가 맞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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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재판관 과반, 꼼수에 의한 법사위 통과 위헌으로 봐

효력 정지되지 않은 악법, 국회가 스스로 정리하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어제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이 요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5 대 4로 이런 인용 결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지는 않았다. 절차에 문제가 있지만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절충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4월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골몰했다. 국회 법사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카드까지 꺼냈다. 여야 의견이 대립하는 법안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 여야 의원 3인씩으로 이 위원회가 구성된다. 야당 측 3인에는 무소속 의원 몫이 있는데,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당시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민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안건조정위원회 야당 측 3인에 포함됐다. 결국 당시 기준 여야 4 대 2가 됐다. 이후 일사천리로 법안이 통과됐다. 헌재는 이 과정이 ‘실질적 토론을 보장하는 다수결 원칙’이라는 헌법정신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서두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취임을 앞두고 있었다. 민주당 의석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이런 법안을 만들어 국회 문턱을 넘게 할 수는 있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 상황이 달라지게 돼 있었다.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벽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이 일을 끝내려고 무리수를 동원했다. 민주당이 이토록 검수완박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수 여론은 이재명 의원 관련 혐의와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권력형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으로 이해했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힘을 빼려는 것으로 봤다. 지극히 상식적인 해석이었다.

민주당이 꿈꾼 검수완박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을 만들 때 여론 때문에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개 분야 중 2개(부패·경제)는 남겨둬야 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패·경제 수사 범위를 확대해 선거법 위반과 공직자 직권 남용 등을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민주당이 서두르면서 법안에 모호한 문구를 넣었고, 한동훈 장관이 이를 활용해 법을 우회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결국 민주당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패배했다. 국회가 합리적 다수에 의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날이 오면 검수완박법의 잔해를 없애야 한다. 위헌적 절차가 낳은 흉한 법은 사라지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