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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중성자원자로 개발 협력…미국은 핵증강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대량 배출하는 고속 중성자 원자로 개발 협력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회담 합의 내용을 보면 러시아 국영 원자력발전 기업 로사톰과 중국 원자력청(CAEA)은 고속 중성자 원자로와 폐쇄형 핵연료 주기(closed nuclear fuel cycle) 개발을 위한 장기 협력 프로그램 계약에 서명했다.

이처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러 간 핵심 원자력 기술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러의 원자로 관련 협력이 세계 핵무기 전력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러가 장기 개발 협력을 맺은 고속 중성자 원자로에 주목하고 있다. 고속 증식로라고도 불리는 이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에 쓰지 않던 우라늄238을 플루토늄과 함께 연료로 사용한다. 우라늄238이 핵분열 과정에서 플루토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고속 증식로에선 핵분열 반응으로 투입한 플루토늄보다 더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 플루토늄을 핵무기 원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로사톰은 지난해 12월 중국 최초의 고속원자로인 CFR-600에 쓰일 고농축 우라늄 원료 25t을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CFR-600 원자로에선 연간 약 5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미국은 CFR-600이 중국의 핵탄두 비축량을 현재 추정치인 약 400개에서 2035년까지 1500개로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담당 차관은 지난 8일 하원에 출석해 “고속 증식로는 곧 플루토늄이고 플루토늄은 무기를 위한 것”이라며 “중·러 거래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미 의회 군사·외교·정보위원회 위원장들도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러시아와 중국의 원자력 협력은 단순한 민간 프로젝트 이상”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중국은 CFR-600은 핵무기 개발이 아닌 원자력 발전에 사용될 거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중국은 지난 2021년 향후 15년 동안 4400억 달러(약 518조원)를 투입해 최소 15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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