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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여만 가고…연봉잔치 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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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지난해 평균 1억53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전년 평균 9400만원보다 5900만원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1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경쟁사인 GS칼텍스 직원들도 1인당 1억5397만원을 가져갔다. 역시나 전년(1억552만원)보다 4845만원이 증가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난해 직원 급여 총액이 2021년 대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목표치 이상의 경영 실적을 거두면서 두둑하게 성과급을 지급한 영향이다. 23일 중앙일보가 재계 15대 그룹 주력 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지난해 평균 연봉이 전년보다 줄어든 곳은 삼성전자와 카카오 두 곳뿐이었다.

삼성전자는 2021년 평균 1억4400만원을 연봉으로 줬지만, 지난해에는 1억35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도 1억7200만→1억3200만원으로 하락했다. 카카오의 경우 2021년 당시 직원들이 행사한 스톡옵션의 영향이 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른 대기업들은 큰 폭으로 직원 평균 연봉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휘청였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직원 1인당 8956만원을 지급했다. 전년 6914만원보다 29.5%(2042만원) 늘어났다.

LG전자와 포스코, 현대자동차 직원도 평균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2021년 9600만원이던 현대차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500만원으로 900만원가량 늘었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9700만→1억1200만원, 한화솔루션 7294만→ 8624만원, 현대중공업 7056만→8472만원으로 각각 두 자릿수 이상 연봉이 올랐다. 두산 역시 8900만원에서 9600만원으로 700만원가량 뛰었다.

정유 업계는 주요 업종 중 연봉 인상 폭이 가장 컸다. 에쓰오일(자산 23위)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7107만원으로 전년(1억1478만원)보다 인상률이 49% 올라 5629만원 늘었다. 대기업 중 ‘연봉 톱’이다.

반면 롯데쇼핑의 평균 연봉은 5094만→5147만원으로, 이마트는 4300만→4500만원으로 각각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통업 특성상 다수의 무기 계약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어서다. 두 기업엔 모두 2만 명이 넘는 직원이 몸담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말 41조3844억원이던 재고자산이 지난해 말에는 52조1879억원으로 1년 새 10조8035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재고자산은 7조8491억원에서 11조8577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683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등의 여파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재고자산이 줄어든 곳은 LG전자, 롯데쇼핑, 포스코 세 곳뿐이다.

지난해 고공행진에 이어, 올해는 잿빛 전망 일색이다 보니 기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주요 기업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1%대 임금 기본 인상률을 제시했다가 노조 반발에 부딪히면서 2%대 인상률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10%대 인상률을 요구 중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반도체부문장)은 22일 열린 임직원 설명회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을 6%로 확정했다. 신입사원 초봉은 5100만원으로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고 자산이 늘고 임금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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