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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정부 압박에 백기 든 통신사… SK텔레콤,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중앙일보

입력

SK텔레콤이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 구간을 다양화한 5세대(5G) 중간요금제 4종을 추가로 내놓는다. 기존 5G 요금제에는 40~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통신 3사가 백기를 든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서울 명동 SKT매장에서 한 시민이 직원과 요금제를 상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5G 데이터 월 이용량 24GB(기가바이트)~110GB 구간에 요금제 4종을 신설해 5월 1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명동 SKT매장에서 한 시민이 직원과 요금제를 상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5G 데이터 월 이용량 24GB(기가바이트)~110GB 구간에 요금제 4종을 신설해 5월 1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달 개최된 비상경제민생회의후속조치로, 이용자들의 통신요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통신사들과 계층별·구간별 요금제 다양화를 협의했다”며 “SKT가 먼저 5G 중간요금제 등을 신설해 신고했고, 과기정통부는 이용약관을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지난해 9월 통신 3사가 출시한 5G 중간요금제의 경우 데이터제공량이 24~31GB에 그치고 1GB당 단가도 기존 100GB 이상 요금제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수익 악화 이유로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 서민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이 직접 통신3사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과기정통부가 TF를 꾸리며 통신 시장 손질을 예고하는 등 압박에 나서자 정부 요구를 수용한 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요금 선택 폭 넓어져 

◦ 촘촘해진 중간요금제 : SKT는 5G 데이터 월 이용량 24GB~100GB 구간에 요금제 4종을 만들어 오는 5월 1일 출시할 예정이다. 24GB 사용에 월 5만9000원이던 ‘베이직 플러스’ 요금에서 각각 3000원, 5000원, 7000원, 9000원을 추가하면 13GB, 30GB, 50GB, 75GB를 더 쓸 수 있는 구조다. 일회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에만 해당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고, 특정 요금제를 매월 자동으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SKT는 “이 경우 선택약정할인, 결합할인 혜택을 합산 요금 기준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지원금 책정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600만명 혜택 ‘청년요금제’ :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만34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한 ‘0 청년요금제’ 11종도 신설했다. 출시일은 6월 1일, 온라인에서 가입할 경우 약 30% 저렴하다. 청년요금제는 기본 데이터제공량을 일반 요금제 대비 최대 50%까지 늘렸다. 학생 등 청년층 가입자가 많이 쓰는 타 이용자와 공유하는 데이터, 다른 기기와 함께 쓰는 테더링 데이터는 최대 20GB까지 더 제공한다. 일반요금제에는 없는 6GB(월 4만3000원) 구간도 만들었다.

SKT는 “청년요금제 출시로 만34세 이하인 600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기정통부는 만 34세 이하 월 5GB 사용자의 경우 6000원, 월30GB 사용자의 경우 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만65세 이상 ‘시니어요금제’: 만65세 고령층을 위한 4만원대 ‘5G 시니어 요금제’ 3종도 오는 30일 출시한다. SKT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A형(만65세 이상)의 경우 월4만5000원에 데이터 10GB, B형(만70세 이상)은 월4만4000원에 데이터 9GB, C형(만80세 이상)은 월4만2000원에 데이터 8GB를 제공한다. 월 10GB 이하를 쓰는 만65세 이상 이용자는 일반 5G요금제를 쓸 때 보다 월 4000원~7000원을 아낄 수 있다. 선택 약정 할인과 기초연금 수급자 복지감면, 결합할인도 중복 적용 가능하다.

다른 통신사들은  

SKT '중간요금제' 신고 관련 브리핑 하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연합뉴스

SKT '중간요금제' 신고 관련 브리핑 하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연합뉴스

이종호 장관은 이날 “타 사업자 사이에서도 다양한 요금제 출시 경쟁이 생기기를 희망한다”며 “정부는 통신 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현재 시장환경에서 경쟁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상반기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고객 통신 이용 패턴을 감안해 새로운 5G 중간요금제와 시니어요금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또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 요금제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간 통신3사가 선택약정할인, 청년 및 고령층 요금제 지원 등을 고민하면서 정부 비위 맞추기와 적정 이익 도출 사이에서 중간요금제 확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중간요금제 확대 출시가 앞으로의 통신사 수익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각 사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신3사 영업이익은 4조3835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4조38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었다. 1년 사이 이익규모가 8.6% 늘어난 것. 5G 보급 3년째가 되면서 5G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 이익폭 증가에 영향을 줬다.

알뜰폰이 통신3사 점유율을 추격하는 가운데,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알뜰폰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