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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 뿌얘졌다…4월에 나타나던 황사, 3월 습격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해넘이공원에서 바라본 인천 도심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해넘이공원에서 바라본 인천 도심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 일부가 23일 국내에 유입되면서 서해안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했다. 황사는 24일까지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오후 5시 현재 인천 강화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당 37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매우나쁨(151㎍/㎥~)’ 기준의 두 배가 넘는 고농도를 기록했다. 연평도와 백령도 관측소에서도 각각 364㎍/㎥와 235㎍/㎥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는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황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송월동 관측소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147㎍/㎥까지 올랐다. 황사는 점차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황사는 대륙의 황토 지대에서 바람에 불려 올라간 다량의 흙먼지가 하늘을 덮고 떠다니다가 서서히 하강하는 현상이다. 앞서 21일에 내몽골 고원과 고비 사막에서 황사가 발원해 베이징 등을 덮쳤고, 22일에는 만주 지역에서 추가로 황사가 발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인천과 경기 지역에 황사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 대부분은 중국 북동 지방에서 발달한 저기압을 따라 한반도 북쪽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일부가 북서풍을 타고 서해안을 통해 한반도로 유입됐다. 황사는 24일까지 잔류할 것으로 보여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윤종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총괄예보관은 “서해안에 유입된 황사가 서풍 기류를 타고 수도권으로 좀 더 밀려 들어올 수 있다”며 “내일(24일)은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던 황사도 동풍을 타고 동쪽으로 유입될 수 있어서 전국적으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황사 일수 3배 가까이 늘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황사는 봄의 불청객으로 불릴 정도로 주로 봄철(3~5월)에 발생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초봄인 3월에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서울에서만 15일과 16일에 이틀 연속 황사가 관측됐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전국의 3월 황사 관측일수는 과거 30년(1973~2000)에는 평균 0.72일이었지만, 최근 30년(1991~2020)에는 2일로 약 3배로 늘었다.

신승숙 국립기상과학원 예보연구부 주무관은 “황사는 보통 4월에 많았는데 3월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겨울철 황사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고비 사막 등 황사 발원지의 기후가 겨울철이나 이른 봄에도 황사가 발원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바짝 마른 황사 발원지…“황사 영향 길어질 수도”

동아시아 지역의 3월 강수 백분위 분포. 초록색이 진할수록 비가 많이 내렸고, 갈색이 진할수록 비가 적게 내렸다는 뜻이다. 붉은색 영역은 황사 주요 발원지로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동아시아 지역의 3월 강수 백분위 분포. 초록색이 진할수록 비가 많이 내렸고, 갈색이 진할수록 비가 적게 내렸다는 뜻이다. 붉은색 영역은 황사 주요 발원지로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황사가 국내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고비 사막이나 내몽골 고원 등 황사 발원지에서 황사 입자가 하늘로 떠올라야 하고, ▶이 입자들이 한반도 상공까지 바람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 상층에 있는 황사 먼지가 기류를 따라 지표면에 떨어져야 한다.

문제는 최근 중국 북부와 몽골 등 주요 발원지들에 비가 적게 내리면서 땅이 바짝 말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먼지 입자들이 땅에 붙어 있지 못하고 바람에 의해서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그만큼 황사가 발원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황사 주요 발원지들이 눈이 덮여 있지 않고, 식생도 없는 상황 속에서 이번 달 들어 강수량이 대단히 적어서 황사 입자들이 떠오르는 좋은 환경들이 갖춰져 있다”며 “우리나라 북쪽에서 황사가 추가로 발원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황사의 영향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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