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끝이 보인다"…물가·금융쇼크 사이, Fed는 베이비 스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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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금융 불안 변수에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스텝(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밟는 절충점을 택했다. 시장은 Fed가 이날 ‘비둘기(통화정책 완화 선호)’ 성격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러면서 Fed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며 ‘피벗(통화 정책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신화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신화 연합뉴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5~4.75%에서 4.75~5%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미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당초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느려지고 고용 호조 등의 지표가 나오면서 Fed가 다시 인상 폭을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 금융 불안이 상황을 바꿨다.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에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까지 번지자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시장 불안의 주된 이유로 지적됐다. 그러면서 이번 달에 금리 동결은 물론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기자 회견에서 “이번에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고물가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도록 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동결하기엔 물가 압력이 너무 높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FOMC 회의 이후 Fed 금리 인상 사이클에 끝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은행 부문의 스트레스로 인한 성장 둔화 가능성을 일부 인정한 점은 금년중 최종 금리를 상향 조정하지 않는 것에 부합한다”고 짚었다. 연중 금리 인상이 종료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달라진 Fed의 정책 결정문도 Fed의 기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됐다. 이날 Fed는 결정문에서 “금리 인상을 지속(Ongoing increases)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표현을 뺐다. Fed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매번 이 표현을 넣었었다. Fed는 대신 “추가적인 정책 긴축(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이 적절할 수 있음”으로 표현을 대체했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정책 결정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SVB 사태 이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융 시장 혼란의 방향성을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 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5~5.25%·중간값 5.1%)도 연내 금리 인상 멈춤 가능성을 키웠다. 현재 4.75~5%인 미국 기준금리 수준을 볼 때 올해 남은 기간 중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거란 의미다.

일각에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FOMC 결과는 Fed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답안지였으나 물가와 금융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추가적인 금융 불안이 확산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미 기준금리는 5.25%까지 오른 뒤 올 4분기부턴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우리는 물가 안정에 전념하고 있고, 말뿐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 그 신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올해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에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65%, 1.6% 하락 마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blanket insurance)’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인 모습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2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88% 하락한 102.35에 마감됐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뉴욕과 달리 전반적으로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9.4원 오른(환율은 하락) 1278.3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국내 금융 시장은 미국의 긴축 기조가 끝에 왔다는 사실에 더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금융 시장 불안이 우려했던 것에 비해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것도 원화 강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52포인트(0.31%) 상승한 2424.48에 마감했다.

한편 이날 Fed가 함께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0.4%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0.5%)보다 0.1%포인트 내려갔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기존 3.1%에서 3.3%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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