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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근로시간 긴 칠레 '주 4일, 40시간 근무'로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근로 시간이 긴 남미 국가 칠레가 '주당 40시간, 주 4일 근무'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22일(현지시간) 라테르세라 등 칠레 언론에 따르면 칠레 상원은 전날 본회의에서 현재 주당 45시간으로 규정된 근로 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는 법안 개정안을 재적 의원 45명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했다.

근로 시간 주당 40시간 단축 법안이 21일(현지시간) 칠레 상원에서 통과된 후 칠레의 각료들이 손가락으로 '40시간'을 표시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EPA=연합뉴스

근로 시간 주당 40시간 단축 법안이 21일(현지시간) 칠레 상원에서 통과된 후 칠레의 각료들이 손가락으로 '40시간'을 표시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EPA=연합뉴스

이번 개정안으로 하루 최대 10시간씩 주 4일 근무하고, 3일 쉬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12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또는 보호자는 고용주와 합의할 경우 출·퇴근 시간 조정도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어 다음 달 하원에서 가결된 후 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공표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2021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칠레는 연평균 근로 시간이 1916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길다. 한국은 연평균 근로 시간이 1915시간으로 칠레 다음으로 길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의 주당 근로 시간이 40시간인 것과 달리 주당 근로 시간이 칠레는 45시간이며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48시간이다. 이 때문에 연평균 근로 시간이 긴 OECD 회원국 1~3위가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칠레다.

칠레에서 이번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칠레는 중남미에서 에콰도르 다음으로 주당 40시간 근무를 법으로 정한 나라가 된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AFP=연합뉴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AFP=연합뉴스

주당 근로 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는 개정안은 칠레 의회에서 2017년 발의됐으나, 그동안 의회에 계류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출범한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가 '40시간은 삶의 질'이란 슬로건 아래 개정안 통과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탄력을 받았다. 보리치(37)는 학생운동가 출신의 좌파 성향으로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다. 또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면 행복감이 커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만 칠레 정부는 근로 현장의 혼란 예방을 위해 이번 개정안을 5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주당 근로 시간을 우선 2024년 44시간으로 줄이고, 2026년 42시간으로 줄인 뒤 2028년 최종적으로 '주당 40시간'을 이룰 계획이다.

칠레의 다니엘 누녜즈 상원의원은 "무엇보다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근무 시간 단축은 칠레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다만, 칠레 일각에선 일부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정안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벨기에, 주4일제 법적 보장…시범 도입 나라 늘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고려한 근로 시간 단축과 주 4일제 근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해부터 주 4일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다. 주당 근로 시간은 38시간인데, 하루 최대 9시간 30분씩 주 4일 일하면서 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

미국·영국·스페인 등에선 주 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호주에선 처음으로 민간 구호단체 옥스팜이 보수 삭감 없이 주 4일제를 6개월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고 호주 언론이 23일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6개월간 호주 옥스팜 직원들은 기존 주 5일, 35시간 근무에서 주 4일, 30시간 근무로 전환하게 된다. 옥스팜은 이번 시범 도입을 통해 생산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뒤 영구적 도입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국은 주당 기본 근무 시간이 40시간이며, 연장 근무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하는 52시간 근무제다. 그러나 최근 '주 최대 69시간'이란 정부 근로 시간 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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