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 거짓말 내민 박준영…'청산가리 살인사건' 재심 열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9년 전남 순천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부녀가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광주고등법원 전경. [뉴스1]

광주고등법원 전경. [뉴스1]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은 최근 심문기일을 열고 살인·존속 살해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73)와 딸 B씨(39) 재심 개시 여부 판단에 나섰다.

1심 무죄, 2심·상고심 유죄 판결

A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오전 아내이자 어머니인 C씨(당시 59세)에게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건네 C씨와 주민 1명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주민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A씨 부녀가 지난 15년간 가족 몰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오다 이 사실을 C씨가 알게 돼 갈등이 심해지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부적절한 관계가 살인 동기가 됐다는 내용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백을 번복했지만 중요한 진술은 서로 일치한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검찰, 증거 미제출·허위공문서작성”
이에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가벼운 지적장애를 가진 부녀에게 검찰이 허위 자백을 유도하고 유리한 증거를 누락했다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사가 수사와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웠다. 박 변호사는 당시 검사가 73개에 달하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고, 자백을 강요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제출하지 않은 증거가 A씨 부녀의 무죄를 입증할 유리한 증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검찰 조서에 따르면 2009년 7월 2일 A씨가 순천시내 한 시장에서 막걸리를 사 왔고 창고에 청산가리(청산염)가 보관돼 있었다. 이후 7월 6일 새벽 B씨가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섞어 화단에 놓았고 이를 피해자가 들고 나가 동네 주민들과 나눠 마셨다고 했다.

하지만 A씨 부녀는 막걸리나 청산가리를 사거나 보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이 A씨와 B씨의 행적을 파악하려고 5일간 마을에서 순천 시내까지 도로와 버스 폐쇄회로(CC)TV를 조사했고 B씨만 버스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음에도 검사가 CCTV 기록이 없다고 거짓말하며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재심청구인들은 강압수사에 취약한 대상임에도 반복되게 허위·유도 심문을 했고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이 공범"이라며 "재심을 개시하고 재심 기간 형집행정지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의 재심 절차와 관련한 2차 심문기일은 오는 5월 23일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