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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에 '카드뮴·비소 위험' 이제 쓰나…10년 만에 상임위 통과

중앙일보

입력

담뱃갑 경고 그림. 사진 보건복지부

담뱃갑 경고 그림. 사진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간의 신경전 때문에 10년간 미뤄졌던 ‘담배 유해성 공개법’이 22일 국회 상임위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부처 간 알력 다툼에 뒷전으로 밀렸던 국민건강 관련 법안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되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소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간사 강기윤 의원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큰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국민이 알 수 있는 담배 유해물질은 담배포장지에 적힌 니코틴·타르 함유량과 발암성 물질 경고 문구가 전부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포름알데히드·벤조피렌·벤젠·비소·카드뮴 등 담배 첨가물과 배출물의 함량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사진 국회 검토보고서 캡처

사진 국회 검토보고서 캡처

미국·캐나다·유럽·호주 같은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담배의 성분·배출물·중량·독성 등의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우리는 한발 늦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3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총 8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각 부처의 이기주의 때문에 별 진전이 없었다.

기재부·복지부 싸움에 법사위까지 갔다 폐기

담배 유해성 공개 법안은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유재중 의원이 개정안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의원이 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복지위 관계자는 “당시 세수문제를 걱정하는 기재부의 반대가 심했고, 담배회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위 여야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보건복지위 여야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0대 국회에서는 개정안 형태로 법사위까지 올라갔다. 국가 전매 산업인 담배를 세수 차원에서 총괄하는 기재부가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담배규제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해 각각 유해물질을 공개하려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회 관계자는 “복지위 법안을 폐기시킨 기재위가 소관 법안을 법사위에 올렸지만, 결국 논의가 겉돌다 흐지부지됐다”고 전했다.

각 부처가 영역 다툼을 벌인 건 유해성 평가에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 시행 후 5년간 소요 예산을 312억원으로 추산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내에 약 10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분석 장비와 배출물 포집 장비도 따로 구매해야 한다. “결국 부처 간 밥그릇 싸움 때문에 법이 막혔다”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서 ‘식약처’로 가르마

분위기가 바뀐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다. 지난해 5월 110대 국정과제에 ‘담배 유해성분 평가·공개’를 명시하면서 소관 부처를 식약처로 정리했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그는 “기재부 소관인 담배사업법은 담배 사업의 발전을 기반으로 해 유해성 물질 관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당시 인수위원장에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당시 인수위원장에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담배회사들의 반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이 속한 한국담배협회(KTA)는 “유해성분 관리를 식약처 외에 복지부가 함께 수행하는 것은 중복규제로 업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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