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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토스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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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수련 기자 중앙일보 산업부장
박수련 IT산업부장

박수련 IT산업부장

“저게 돼? 실리콘밸리도 아닌 한국에서?”

이런 의구심에도 토스(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흔들림이 없었다. ‘썩은 사과’는 상자에서 빨리 제거해야 한다며 부적합 직원은 해고하겠다는 뜻을 회사 홈페이지에 썼고, 경력직만 까다롭게 채용하면서 “토스 직원들은 일반 수준보다 성과를 10배쯤 내는 10×(텐엑스) 피플”이라고 자부했다. 고과 대신 동료 피드백만으로 연봉을 정하는 아슬아슬함은 또 어떤가. A급 인재들의 ‘완전한 솔직함’ 사례로 소개됐다. 혹시, 이게 거북하다면? “빨리 헤어지는 편이 낫다”는 게 토스의 답이다.

‘저게 돼?’가 ‘그게 되네’로 바뀐 건 토스가 기업가치 10조원을 바라볼 만큼 커지면서다. 인터넷은행·증권·보험·알뜰폰까지 진출한 토스를 대기업들도 궁금해했다. 2000만 명이 쓰는 금융 앱뿐만 아니라, 토스의 ‘일하는 문화’ 자체가 상품이 됐다.

토스는 ‘자율과 책임’을 업무태도로 강조한다. [토스 홈페이지 캡처]

토스는 ‘자율과 책임’을 업무태도로 강조한다. [토스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요즘 그 문화 때문에 토스가 시끄럽다. 계열사 인사팀장이 피드백 제도와 잦은 권고사직에 불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IT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토스 앞에 새로운 질문이 떨어졌다. 2000명에 이르는 조직의 역량을 균질하게 하는 데 ‘솎아내기’와 ‘솔직한 피드백’ 방식이 효과적인가 하는 질문이다. 논란이 반복되면, A급 인재들의 자부심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토스 이전에도 기업문화를 성장의 발판으로 둔 IT기업들이 있었다. 인사제도나 기업문화를 IT서비스 운영하듯 하는 게 토스와 유사하다. ‘버그는 빨리 패치’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직원 수가 토스의 2.5배인 네이버를 보자. 8년 전 고과평가를 ‘100% 다면평가’로 바꿨다가, 지금은 ‘다면평가+등급제’로 운영한다. 보상의 근거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직원들 요구 때문이다.

토스가 이제 대기업처럼 해야 한단 얘기는 아니다. 남들처럼 했다면 네이버·카카오와 경쟁에서 이기고, 금융권의 아성을 뚫을 수 있었을까. 호시절 복지를 기업문화로 착각하는 일부 대기업을 보면 토스의 논란이 건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카카오가 최근 1인당 회식비 상한선(5만원)을 도입하자 이 회사 노조가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다른 IT기업들조차 “그동안 상한선이 없었다는 게 실화냐” “대표가 1년새 3번 바뀌어도 속 타는 건 카카오 주주뿐”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니’란 게 이제 상식이듯, 회사는 동호회도 복지센터도 아니다. 느슨한 카카오보다는 욕먹는 토스가 더 희망적이라고 하면, 너무 유난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