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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함께 울고 웃는 게 인문학"/'순천과 함께 10년' 석연경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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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석연경 시인

권혁재의 사람사진/ 석연경 시인

오래전부터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순천의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꼽고 있었다.

그곳은 인문학의 씨앗을 심고 퍼트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손수 그것을 운영하는 석연경 시인 또한 자못 궁금한 터였다.
석삼년 만에 순천을 찾은 터에 석 시인에게 연구소를 만든 이유를 물었다.

석연경, 그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다. 그간 6권의 시집을 냈으며 2018년 송수권 시문학상 올해의 젊은 시인상을 받았다.

석연경, 그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다. 그간 6권의 시집을 냈으며 2018년 송수권 시문학상 올해의 젊은 시인상을 받았다.

“순천 문화의 거리라고 있어요.
10여 년 전에 가서 보니 공연하는 사람은 있는데 인문 문화가 없더라고요.
여기서 인문 문화의 싹을 틔워야겠다 생각한 게 계기예요.”
당시 그는 도서관에서 인문학 일을, 학교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터였다.
그러니 문화의 거리에 인문학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마음이 움튼 게다.

2013년 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에서는 시집 읽기, 문예 창작, 생태시 읽기, 인문학 강연 등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시 낭송회와 시화전 또한 시시때때로 열린다.

2013년 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에서는 시집 읽기, 문예 창작, 생태시 읽기, 인문학 강연 등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시 낭송회와 시화전 또한 시시때때로 열린다.

그는 연구소를 만든 후 우선 시집 읽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연구소를 만드니 시집 읽기를 요청하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예서 비롯되어 그룹이 생겼고 책 읽고 토론까지 하게 되었죠.
그다음에 시 창작반도 생겼어요.
나아가 인문학자 초청 강연까지 계속하게 되었죠.”

이렇듯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꾸려온 게 꼬박 10년을 넘겼다.
사실 이 일은 자본주의 잣대로 보면 무모한 일이다.
그러니 안 되는 일을 왜 하고 있느냐는 묻는 사람도 더러 있다.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엔 연경 책방이 있다. 이는 시인들이 보내준 책과 석 시인이 산 책으로 만든 책방이다. 석 시인은 이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라고 했다.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엔 연경 책방이 있다. 이는 시인들이 보내준 책과 석 시인이 산 책으로 만든 책방이다. 석 시인은 이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라고 했다.

“아무 힘없는 시인이 계속 인문학을 하고 있으니 저더러 미쳤다고도 합니다.
물론 세상의 잣대로 재자면 많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 대가 없이 강연해 주겠다며 먼저 연락하시는 분도 숱합니다.
포항공대 박상준 교수, 최진석 철학자 같은 분들이 그렇습니다.
또 한편 시를 읽고, 시를 얘기한 후 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치유 효과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잠겨 있던, 고여 있던 고통이나 아픔이 이렇듯 풀어지게 되죠.
제가 저명한 시인도 아니고, 이름난 인문학자도 아닙니다만,
사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니 물 흐르듯 10년을 흘러온 겁니다.
이 또한 소통이자 나눔이 아니겠어요.
앞으로도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나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