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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피했지만…‘반도체장비, 중국 수출 봉쇄’ 리스크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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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對)중국 투자 제한 방침을 다소 완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차이나 리스크’가 일정 부분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다른 세부 조건과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변수가 남아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여전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과 관련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보조금을 받는 경우 10년간 중국 등 해외 우려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범용 반도체는 10%) 이내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생산 능력의 양적 확대를 5% 내로 제한한다는 의미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양에 한도를 두는 것이 아니라 투입되는 웨이퍼 수를 제한한다는 뜻이다. 반도체는 원판 모양의 웨이퍼에서 찍어내는 식으로 생산하는데, 공정 기술이 발달할수록 장당 생산되는 반도체 칩의 양은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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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에선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현재로선 기술 업그레이드에 구체적 제한이 없어 (중국 내) 생산 용량 확대가 더 있을 수 있다. 5% (규정을) 어떻게 볼지는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기업이 안도할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은 충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부정적 상황까지 우려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와 수차례 미팅을 해서 협상을 잘 이끌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현안이 남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올해 10월로 한정된 한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간 한시적으로 중국 공장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승인을 받았다. 올해 10월이면 이 유예 조치가 만료되기에 7~8월께 재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혹시라도 미국이 이를 계속해서 허용해 줄 수 없다고 한다면 중국 내 첨단 장비 설비 투입이 불가능하고, 이는 결국 기술 개발에 대한 제한이 생길 수 있기에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공장의 실질적인 경제성이 떨어진다.

미 상무부가 규정한 범용 반도체 기준도 논란거리다. 현재 로직 반도체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 18㎚, 낸드플래시 128단을 범용 반도체 기준으로 정하고 이 이상의 기술에는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게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몇 년만 흘러도 이런 수준의 반도체는 시장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때가 온다”며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세부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투자 제재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상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2년마다 범용 반도체의 정의를 다시 검토한다는 내용이 반도체법에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부는 미국 정부의 의견수렴 기간이 60일 남은 만큼 반도체 업계 의견을 반영해 추가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이른바 ‘K칩스법’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하면 올해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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