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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무위 “이재명 기소, 당직정지 예외”…당내 “당헌 80조 사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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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이재명 대표가 위례·대장동 특혜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됐어도 ‘정치 탄압’이라며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당직을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무력화한 것이어서 당내에서도 “셀프 구제” “당헌 80조 사문화”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당무위원회(당무위)를 열고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80조 3항)을 들어 대표직 유지를 의결했다. 지난해 8월 이 대표 취임 이틀 전 당 중앙위가 당헌을 개정해 추가한 예외 조항의 첫 수혜자가 이 대표 본인이 된 것이다. 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도 이날 같은 조치를 받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무위가 세 사람에 관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의결했다”고 말했다. 참석자 80명 중 69명이 찬성했고, 11명이 반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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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11시쯤 검찰의 이 대표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즉시 최고위를 열어 당무위 소집을 의결했다. 당무위 사회권은 당 대표에게 있지만, 이날 회의는 이 대표가 빠지고 박 원내대표가 대신 주재했다. 검찰 기소부터 대표직 유지 의결까지 단 7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절차가 마무리됐다.

당헌 80조는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당 혁신 차원에서 도입한 조항이다. 2020년 9월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 유용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윤미향(무소속) 의원이 이 조항으로 당직을 박탈당했다. 윤 의원은 이듬해 6월 의원총회에서 아예 당원에서도 제명됐다.

지난해 8·28 전당대회 기간 ‘당헌 80조 개정’을 추진할 때도 “이 대표 취임을 앞두고 벌써 방탄을 준비하느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논란에도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 예외 조항을 도입하고, 결정 주체도 외부 인사가 주축인 윤리심판원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대거 포함된 당무위로 바꿨다. 그러곤 7개월 만에 이 대표에게 적용했다.

이를 두고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당의 청렴성을 담보하려 도입한 민주당 윤리규정이 완전히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지도부가 완전 동종교배 집단이라는 게 증명됐다”고도 했다. 일부 권리당원은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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