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소된 이재명…이제 자신의 거취 진지하게 고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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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검찰, 4895억 배임과 133억 뇌물 혐의로 이 대표 기소

재판과 수사 받으며 거대 야당 제대로 이끌 수 있겠나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어제 재판에 넘겼다. 주요 혐의는 배임과 수뢰다. 대장동과 관련해선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고, 이 과정에서 내부 비밀을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게 한 혐의다. 위례신도시 사업에선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얻게 한 혐의, 성남FC 구단주로서 4개 기업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대장동 사건 관련 기소는 2021년 9월 본격적인 수사 시작 1년6개월 만이다. 이 대표로선 선거법에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기소다. 이 대표는 “압수수색, 체포영장 쇼를 벌여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진실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문제는 169석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의 거취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정치보복 수사이기 때문에 당직 정지 대상이 아니다”고 의결했다.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는 당직을 정지하되, 해당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이를 취소한다는 당헌 80조에 따른 것이다. 기존 당헌은 외부 인사들이 주축인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정치보복 여부를 판단한다고 규정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 대표 취임 직전 당 대표가 의장인 당무위로 판단 주체를 바꿨다. 당시 “특정인을 위한 방탄 개정”이란 비판이 나왔는데, 그 우려가 7개월 만에 현실화됐다. 이런 식이면 당헌 80조를 그대로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 대표는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2주에 한 번꼴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기소로 더 자주 법정에 서야 한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등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다른 사건도 수두룩하다. 재판과 수사로 자리를 수시로 비워야 하는 대표가 숫자의 힘을 업고 주요 법안의 운명을 결정하는 현실이 과연 온당한지 의문일 뿐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혐의가 구체적이지도 않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 직무를 정지시켰다. 그런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이다. 이 대표의 사퇴에 반대해 온 친명계 일각에선 연말 이후가 시점인 소위 ‘질서 있는 퇴진론’이 제기된다고 한다. 자신의 공천은 이 대표에게 보장받고 총선은 간판을 바꿔 치르고 싶어 하는 다수 의원의 바람과,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공천권은 꼭 행사하겠다는 이 대표의 계산이 맞물린 그림이다. 이익 공동체겠지만 이런 꼼수로 총선 민심을 얻겠다는 발상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