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준비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탄소중립이란 말이 더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2020년대 들어서도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단기간에 에너지원의 선택지에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에너지원의 93%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에 한계가 있는 한국에는 더욱 아프고 험난한 에너지 전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30년간 어떻게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현재 20% 수준인 에너지의 전기화 비율을 45% 이상으로 늘리고, 현재 에너지원의 7% 수준인 수소와 재생에너지를 36%로 늘려야 한다.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담당하고 있는 우리의 에너지원 공급 현실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이 가능한 계획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폭넓고 많은 단계로 구성돼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에너지원이 충분히 확보돼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저장 처리하는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다소비 25개국 중 최하위에 속해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석유 가스의 자원개발률은 겨우 10% 수준이다. 에너지자원 공기업은 재무적 어려움에 빠져 에너지자원 확보에 손을 놓은 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성공을 맛봤던 민간 기업들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꾸준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0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엑손모빌 같은 메이저 에너지기업은 에너지의 생산부터 판매, 활용까지 수직 계열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에너지자원회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상류와 하류의 통합을 단행한 포스코인터내셔널 같은 기업이다. 해외 에너지자원의 개발과 생산, 도입, 저장, 활용 및 발전 분야까지 에너지자원의 수직계열화는 물론 탄소중립의 핵심인 천연가스, 수소, CCS 분야까지 확대 통합한 새로운 에너지 회사가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