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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리스크에 반사이익…비트코인 2만8000달러대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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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9개월 만에 2만8000달러대(원화 가격 약 3700만원)를 회복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은행권 위기 속에서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은행 없는 운영’을 추구하는 암호화폐가 대체 자산으로 관심을 끄는 양상이다.

22일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5분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만8217.27달러(원화 가격 3691만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약 70% 상승했다. 특히 이달 중 가격이 가장 낮았던 지난 10일과 비교하면 원화 가격으로만 1000만원 넘게 올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미국 은행 3곳의 연쇄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등으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 심리는 이미 커진 상황이다. 은행권에 악재가 터진 이달 초순 암호화폐 가격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며 값이 올랐다는 게 투자 전문가의 분석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 속에서 나타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움직임이 앞으로 더 많은 투자기관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권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압박을 일부 완화한 것도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은행권에 공급한 긴급 대출은 3000억 달러(약 392조5500억원)를 넘었다. 블룸버그는 “기술적 계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목표 가격은 약 3만5000달러”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가격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세(랠리)는 지난 20일 이후 2만8000달러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오는 21~2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기다리며 투자자가 상황을 지켜보는 양상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디지털 자산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단기 상승 동력은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투자가 금융시장 안정에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토론회에서 “한국 성인의 16%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갖고 있다”며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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