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쏘며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한 도발 행보를 이어갔다.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 등 수단을 다양화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기간에만 네 번째 무력시위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오전 10시 15분부터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정보자산의 능력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행거리 등 제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오전부터 실시간 탐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순항미사일은 10m 고도에서도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탐지가 까다롭다. 이번 발사의 경우 레이더 외 조기경보기 등 자산으로 북한 미사일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북한판 토마호크’ KN-27 개량형 또는 화살-2형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21년 9월 KN-27 개량형을 시험발사하는 등 2년 전부터 해당 미사일의 전력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 매체가 이전에 보도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비행 시간과 거리 등을 보면 개발 성과를 거두는 정황이 드러난다. 2022년 1월 9137초(2시간 35분 17초) 동안 1800㎞를 날아간 데 이어, 같은 해 10월 1만234초(2시간 50분 34초) 2000㎞를 비행했다. 특히 10월 발사 당시 북한은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북한은 또 지난달 23일 화살-2형으로 명명된 순항미사일이 약 2시간 50분간 비행해 2000㎞를 날아갔다며 “공화국 핵 억제력의 중요 구성 부분의 하나인 전략순항미사일부대들의 신속대응 태세를 검열 판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해당 발사를 놓고 탐지 자산에 포착된 게 없어 북한 발표가 거짓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지난 12일에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의 첫 시험발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해 연달아 훈련을 벌이고, 순항미사일의 플랫폼도 다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발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건 3월 들어서만 여섯 차례에 달한다. 지난 13일 시작해 23일까지 예정인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기간으로 한정하면 네 번째 무력시위다. 북한은 사흘 전인 지난 19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면서 전술핵의 공중폭발을 시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거와 달리 한·미 연합연습에 오히려 도발 수위를 높이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합참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계획한 연합연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진행 중인 연합 실기동훈련도 강도 높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