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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팔리고 세입자 구하기 어렵고 …늘어나는 ‘불꺼진 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사는 김모(45)씨는 올해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지만 집이 도통 팔리지 않아서다. 김씨는 “새 아파트 정식 입주기한(통상 2달)이 지나서 연체료를 내는 상황”이라며 “어제는 새로 장만한 아파트의 불 꺼진 창을 한참 보다 돌아왔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빈집이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기존 주택이 안 팔리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새 아파트에 입주 못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2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3.3%로 전월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주택산업연구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7년 4월 이후 역대 최저치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단지 중 10채 가운데 4채 정도가 빈집이란 의미다.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하고 청약 시 기존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비용 부담 증가로 세입자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입주율은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엔 80%대까지 상승했지만, 기준금리가 2%대로 오른 지난해 7월(79.6%) 이후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해 11월(66.2%) 조사에선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고 지난달엔 역대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특히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가 전국 아파트 입주율을 끌어내렸다. 지난 1월 60.0%였던 강원권 아파트 입주율은 지난달 52.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전·충청권(66.5%→59.7%), 광주·전라권(61.6%→59.3%), 대구·부산·경상권(64.9%→62.7%) 등에서 입주율이 모두 하락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새 아파트에 제때 입주하지 못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기존 주택매각 지연(44.4%)이고 이후 세입자 미확보(33.3%), 잔금 대출 미확보(14.3%), 분양권 매도 지연(1.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지방의 경우 ‘급급매물’로 내놓지 않으면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 전용면적 75㎡는 2020년 10월 13억 9000만원에 계약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3일 절반 가까이 하락한 6억 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수성구 시지동 ‘수성알파시티동화아이위시’ 전용면적 84㎡도 2020년 12월 11억 3500만원에 신고가 이후 지난 11일 5억 9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지만 지방의 경우 미분양 적체가 심해 당장 활로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물량은 1만3565가구(1월말 기준)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조강현 연구원은 “최근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주택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거래량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아파트 입주율은 건설사나 주택사업 시행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입주로 인해 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자금경색으로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조 연구원은 “정부가 대출 지원 강화와 같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 유동성 부족이란 근본적 원인 해결이 어려워 당분간 아파트 입주율 하락세는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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