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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18.6% 하락…보유세 2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결과 및 영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결과 및 영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아파트, 연립주택 등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8.6% 하락한다.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부동산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이처럼 하락함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는 20% 이상 줄어 2020년 수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1486만 가구의 공시가격 변동률을 22일 공개했다. 200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내렸으며, 2013년 이후 10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시가격이 내려간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금리 인상 등으로 지난해 집값이 크게 하락했고,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에 따라 올해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0%로 낮췄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곱해 산출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현실화율대로라면 71.5%를 적용해야 했다.

모든 시·도가 하락한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내린 세종이 30.6% 하락했다. 세종시 다음으로는 인천(-24%)·경기(-22.2%)·대구(-22%) 순으로 많이 떨어졌다.

전국 공동주택 중위값(공시가격 중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가격)은 1억6900만원으로 지난해(1억9200만원)보다 2300만원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억6400만원이었으며, 세종(2억7100만원)·경기(2억2100만원)이었다. 전남은 830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2023년 공공주택 공시가격. 사진 국토부

2023년 공공주택 공시가격. 사진 국토부

공시가 하락으로 인한 보유세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국토부는 재산세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 지난해와 동일(재산세 45%, 종부세 60%)하다는 가정하에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보유세 부담은 2020년 수준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이 국토부 시뮬레이션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20억860만원으로 지난해(25억9100만원)보다 19.5% 내렸다. 이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는 약 772만원으로 지난해(1372만원)의 절반이다.

중저가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공시가는 지난해 13억820만원에서 올해 10억940만원으로 내렸다. 이에 따른 보유세는 약 253만원으로 지난해(412만원)보다 39% 감소한다.

또 공시가격 9억원 이하는 올해 재산세 특례세율이 적용돼 특례세율이 없던 2020년보다 40%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고덕동 래미안 고덕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2억6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었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8억5400만원으로 낮아져 적용 대상이 된다. 지난해엔 종부세·재산세를 합해 314만원을 냈지만, 올핸 157만원의 재산세만 내면 된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종부세 세제개편을 통해 기본공제금액을 올리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과표 12억원 이하 3주택자 대한 중과세 폐지, 세율 인하 등을 단행했다. 또 공시가격 하락으로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이 줄어들고, 재산가액이 낮아지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복지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월평균 3.9%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공시가 하락으로 주택 보유 비용이 감소해 주택 매매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줄어들어 매물 출회 압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유세 경감으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 부담이 낮아지면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공시가 하락 요인은 정책효과보단 대외 요인이 크다”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개념이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제기된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공개한 공시가격에 대해 내달 11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받아 검토하고, 내달 28일 공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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