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Interview,
“세무사회와의 싸움, 잃는 게 더 많은 밸런스 게임”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 이들의 공존은 불가능한 일일까. 변호사·세무사·의사·약사 등 직역단체는 플랫폼의 시장 장악을 우려하고,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편익과 서비스의 합법성을 강조한다.
전문직 vs 플랫폼 전쟁 ②
2021년 팩플은 직역단체들과 갈등을 빚던 로톡([팩플] 변호사 회원 절반이 사라졌다… 생존위기 맞은 로톡), 삼쩜삼([팩플] 내돈내세, AI vs 세무사 어디에 맡기실래요?)을 각각 인터뷰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전선은 더 치열해졌다. 소송전도 불사하는 직역단체의 견고한 벽 앞에서 플랫폼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긴 싸움 뒤에 뭐가 남았을까. 팩플이 다시 로톡과 삼쩜삼을 만났다.
세무사 대 스타트업, 가능한 싸움일까. 자비스앤빌런즈의 ‘삼쩜삼’은 잠자던 환급금을 찾아주는 세금 신고 서비스다. 아르바이트생, 라이더, 크리에이터 등 세무 사각지대에 있던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등 N잡러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이후 인기를 끌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누적 가입자는 국민 5명 중 1명꼴인 1460만 명, 총 환급금은 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00억원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는 영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한호정
그러나 몸집이 커지고, 해외로 나가는 와중에도 자비스앤빌런즈가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세무사회와의 싸움이다. 2021년 한국세무사회·한국세무사고시회는 자비스앤빌런즈를 현행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세무사 자격이 없는 업체가 불법으로 세무대리를 한다’는 이유였다. 현행 세무사법상 세무대리는 세무사 자격이 있어야 수행할 수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세무사 개입 없이 환급 신고를 자동화한 간소화 프로그램을 제공할 뿐, 세무대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해묵은 갈등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직역단체와의 싸움은 이기기 쉽지 않거니와, 이기더라도 이긴 게 아니다”며 “스타트업엔 싸우는 과정에서 잃는 게 더 많다. 이제는 갈등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