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김태욱 셰프의 코멘터리 : 티라미수의 주재료인 커피를 차로 바꾼 티(tea)라미수는 먼저 커피가 아닌 차의 은은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부드러운 크림과 바삭한 레이디핑거의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코스의 마지막으로도, 오후의 나른함을 깨워줄 간식으로도 잘 어울린다.


티라미수. 사진 송미성
코스 요리의 방점은 디저트다. 식사의 마무리를 맡고 있기에, 그날 코스의 전체적 인상을 결정한다. 많은 레스토랑이 디저트부를 따로 두고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은 디저트 중에서도 ‘티라미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를 들어 올리다’, 즉 ‘기운이 나게 하다’라는 어원을 가진 티라미수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970년대 캄페올(Campeol) 부부가 운영한 레스토랑에서 개발됐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잡지나 요리책에 등장한 것은 80년대다. 이처럼 역사가 길지 않은데도 티라미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자리매김했고, 나아가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파리에 살던 시절 티라미수는 내게도 가장 즐겨 찾던 디저트였다. 쉴 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 티라미수는 그 어원처럼 ‘기운이 나게 하는’ 간식이었기 때문이다. 레시피만 봐도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카페인 함량과 열량이 높아 심리적으로뿐 아니라 실제로도 기운을 나게 해준 것이리라. 오늘은 그 티라미수를 나만의 스타일로 변형한 ‘티(TEA)라미수’를 소개하려고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라뜰리에 꼼때’는 코스 요리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이다. 와인이나 맥주 같은 술이 아닌 차와 페어링을 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은 디저트다. 일반적으로 디저트는 단맛이 강하고 자기만의 색이 굉장히 강해서 차와 페어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차를 아예 디저트 속에 넣는 ‘티(TEA)라미수’를 생각해 냈다. 만들고 보니 먹는 사람도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차의 향과 부드러운 크림이 제법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티라미수의 주재료인 커피를 차로 대체하니 은은한 차 향, 그리고 커피보다는 조금 더 마일드한 크림이 완성됐다. 여기에 다이닝 스타일로 플레이팅하면 코스 요리의 마지막 방점을 찍기에 충분히 좋은 디저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