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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동맹 아닌 정략결혼"…중·러 공동성명 작심 반박한 美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방은 21일(현지시간) 발표된 중·러 정상의 공동성명과 관련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러시아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향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경고하는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키이우를 전격 방문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커비 조정관 "중·러는 정략결혼 관계"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심한 듯 중·러 정상의 공동성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의 정권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서방의 전쟁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실존적 위협이란 러시아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며 "그것은 그저 헛소리(malarkey)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동맹이 아닌, '정략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으로 부르겠다며 "두 나라가 지난 몇 년간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유엔 헌장의 목적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우리도 동의한다. 유엔 헌장을 준수하는 것은 러시아가 침공한 유엔 회원국인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양국은 긴장 고조와 적대 행위의 연장에 기여하는 모든 조치 중단을 촉구했는데, 동의한다.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한 가지 방법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1일(현지시간) 브리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1일(현지시간) 브리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토 사무총장 "中, 러에 무기 지원 검토 징후 봤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상황을 긴장시키고 전쟁 장기화를 초래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중단을 촉구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서방을 겨냥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중국을 공정한 중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도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이 분쟁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원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당장 전쟁을 끝내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을 향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2년 연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이는 곧 불법 전쟁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이 이미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가 중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으며 중국 당국이 이를 검토 중이란 징후를 봤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 규탄에 동참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평화에 진심이라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日 기시다 총리 우크라 찾아 추가 지원 약속

21일 기시다 일본 총리는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은 평화가 회복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기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총 71억 달러(약 9조2900억원)에 더해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나토 기금을 통해 살상 능력이 없는 장비 3000만 달러 상당을 제공하고, 에너지 분야 등에 새롭게 4억70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21일 전격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21일 전격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 앞서 러시아군에 의해 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한 키이우 외곽 부차를 방문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곳에서 일어난 잔인함에 분노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기시다 총리는 키이우를 깜짝 방문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 라이벌인 시진핑 주석과 외교적 결투를 벌였다"고 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제안한 평화안에 동참할 것을 중국에 제안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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