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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생긴 말발굽 도로…北 미사일 쏜 '사일로'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지난 19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지하 사일로(siloㆍ고정 발사대)에서 발사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이 사일로 위치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으로 특정했다. 북한이 20일 공개한 발사 현장 사진을 토대로 최근 촬영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20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미국의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들은 야산 한 가운데 넓은 지대에 검은색 점으로 된 것을 미사일 사일로 추정 시설로 판독했다. VOA 화면 캡처

20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미국의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들은 야산 한 가운데 넓은 지대에 검은색 점으로 된 것을 미사일 사일로 추정 시설로 판독했다. VOA 화면 캡처

미국의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연구원 등은 이날(현지시간) 트위터에 이와 관련한 분석 사진과 글을 게시했다. 이에 따르면 사일로의 위치는 지난해 11월 동창리에 신설된 고체연료 엔진시험대에서 북쪽으로 115m 정도 떨어진 곳이다.

20일 촬영된 인공위성 사진에선 해당 장소에 가로세로 각 5m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 검은색 물체가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일로를 가리기 위한 위장용 덮개로 추정했다.

앞서 이날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SRBM 발사 사진을 보면 ‘V자’ 형태로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지하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화염의 흔적과 주변 지형 등을 비교해 사일로 위치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해당 장소에선 최근 활발한 도로 건설 정황이 포착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은 지난 1월 이 지대로 이어지는 말발굽(역 ‘U자’ 형태) 모양의 도로를 불과 열흘 만에 완공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사일로 시험발사를 위해 준비를 서둘렀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북한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에서 지난해 12월(왼쪽) 야산이었던 지점에 지난 2월 1일 촬영 사진에선 공사(원 안)가 진행 중이다. 주변에는 말발굽 모양의 도로가 조성됐다. 화살표는 최근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실시한 시험대 장소다. VOA 화면 캡처

북한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에서 지난해 12월(왼쪽) 야산이었던 지점에 지난 2월 1일 촬영 사진에선 공사(원 안)가 진행 중이다. 주변에는 말발굽 모양의 도로가 조성됐다. 화살표는 최근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실시한 시험대 장소다. VOA 화면 캡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일로 초기 개발 단계에선 각종 엔진의 특성을 반영해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동창리 엔진시험장은 최적의 장소”라며 “실제 사일로를 운용하는 곳이 아닌 시험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사일로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사일로를 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ㆍ러 등 핵강대국들이 지상 발사용 ICBM을 대부분 사일로에 배치하는 것처럼 북한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ICBM용 TEL 이동거리 확장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한 ‘화성-17형’ ICBM의 발사 장소로 평양 순안공항 북부 활주로를 지목했다. VOA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번 발사 장소는 북한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ICBM을 발사한 곳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곳이다.

순안공항 남쪽의 미사일 운용시설에서 거리는 7㎞가 넘는다. 그만큼 이동식발사대(TEL)의 운용 거리가 확장됐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양 위원은 “육중한 ICBM을 TEL에서 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돼 사전에 포착되기 쉽고 이동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결국 북한은 기동성이 좋은 고체연료 ICBM은 TEL 발사 방식으로 운용하고, ‘화성-17형’ 등 액체연료 ICBM을 사일로에 배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8~19일 이틀간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은 KN-23 계열로 사일로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됐다. 뉴스1

북한은 지난 18~19일 이틀간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은 KN-23 계열로 사일로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됐다. 뉴스1

북한이 이번 SRBM 시험발사를 두고 “800m 상공에서 모의핵탄두를 공중 폭파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최근 핵무력을 급속히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은 중ㆍ러에 책임을 돌렸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번 발사를 전술핵 사용 모의실험으로 규정한 점을 우려한다”며 “우리는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중ㆍ러를 겨냥해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나라는 특히 그렇다”며 “특별히 지금은 북한을 감싸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 요구에 중ㆍ러가 번번이 반대하는 것과 관련한 비판이었다. 그럼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제재와 압력을 취해선 안 된다”며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IA “북, 군복무 10년으로 늘어”

한편 미 중앙정보국(CIA)은 세계 각국의 정보를 담은 ‘월드 팩트북’에 북한 관련 내용을 갱신하면서 “북한이 남성 기준 군 복무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다시 늘렸다”고 밝혔다. 팩트북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최장 8년이다.

이는 지난해 2월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남성 군 복무가 7~8년으로 단축됐다”는 내용과 다른 부분이다. 북한이 최근 농촌에서 3년 농사를 지어야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하면서 다시 복무 기간이 연장됐다는 게 CIA의 분석이다.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지난달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한 가운데 광장에서 열병종대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지난달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한 가운데 광장에서 열병종대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북한 역시 저출산ㆍ고령화 추세라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은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가 진행 중이다. 올해 북한 인구 2607만여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0.6%로 지난해 9.75%보다 높아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89명으로 지난해 1.9명보다 줄었다. 평균 인구 증가 비율인 인구성장률은 0.44%로 세계 158위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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