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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야구의 주인공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완성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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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EPA=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 EPA=연합뉴스

보통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구장은 플레이볼 한 시간 정도 전부터 붐비기 마련이다. 구장 요원들이 그라운드를 정비하고, 구단 직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홈플레이트 주변이 분주해진다.

그러나 이번 월드베이볼클래식(WBC)에선 이와 정반대의 풍경이 자주 보였다. 일본 경기가 있는 날이 꼭 그랬다. 팬들은 물론 취재진과 관계자들 모두 2~3시간 전부터 그라운드로 모여들었다. 이유는 하나.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타격 연습을 지켜보기 위함이다.

오타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야구계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선수였다. 2018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 투수와 타자를 겸하기로 하면서 ‘이도류’ 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2021년에는 투수로 9승을 거두고, 타자로 46홈런을 때려내며 아메리칸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그런 오타니에게 이번 WBC는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모든 야구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이도류라는 주제로 펼치던 만화야구가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구성된 듯한 하루였다.

하이라이트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결승전이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나온 오타니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앞선 경기들과 달리 타석에선 임팩트가 부족했지만, 3-2로 리드를 잡고 있던 9회초 마운드에서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당초 오타니는 8강 이후에는 등판할 계획이 아니었다. 소속팀 에인절스와 협의해 8강까지만 공을 던지기로 했다. 그러나 결승까지 오른 이상 몸을 아낄 수 없었다. 이날 경기 후반부터 몸을 풀었고, 9회 마운드로 올라섰다.

오타니는 선두타자 제프 맥닐에게 볼넷을 내줘 흔들렸다. 그러나 다음 타자 무키 베츠를 2루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해 불을 껐다. 마지막 대결은 에인절스 동료인 마이크 트라우트와의 승부. 오타니는 시속 161㎞의 빠른 공으로 트라우트를 압박한 뒤 풀카운트에서 140㎞짜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번 대회에서 오타니는 타자로 7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투수로는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86으로 호투했다. 우승의 주인공에게만 주어지는 MVP는 당연히 오타니의 몫이었다. 또, 이번 대회 올스타 중 투수와 지명타자까지 두 부문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영예도 누렸다.

오타니는 “정말 꿈꾸던 곳이다. 일본 선수들과 함께해 즐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이제 각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외로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서 WBC를 마치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야구를 향한 진심도 드러냈다. 오타니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와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서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의 세계화가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실력과 잠재력, 스타성 모두 입증한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ESPN은 올해 초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최초로 5억 달러를 돌파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5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6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아직 올 시즌이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이번 WBC의 기세만 이어간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오타니에게 안겨질 전망이다.

한편 13명이 선정된 대회 올스타에 한국은 1명도 포함시키지 못했다. 패트릭 산도발(멕시코), 미겔 로메로(쿠바·이상 투수), 살바도르 페레스(베네수엘라·포수), 장유청(대만·1루수), 하비에르 바에스(푸에르토리코·2루수) 요안 몬카다(쿠바·3루수), 트레이 터너(미국·유격수), 트라우트, 랜디 아로사레나(멕시코), 요시다 마사타카(일본·이상 외야수)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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