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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이승엽'한 무라카미, 홈런으로 우승 이끌고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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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국과 결승전에서 동점홈런을 친 일본 무라카미 무네타카. AP=연합뉴스

22일 미국과 결승전에서 동점홈런을 친 일본 무라카미 무네타카. AP=연합뉴스

마지막까지 이승엽과 닮았다. 일본의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가 결승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14년 만의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일본은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선제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무라카미가 묵직하게 반격했다. 0-1로 뒤진 2회 말 미국 선발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비거리 432피트(약 133m), 타구속도는 무려 115.1마일(185㎞)이나 되는 장쾌한 홈런이었다.

일본은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내야 땅볼로 역전했고,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쐐기포를 터트려 3-1을 만들었다. 미국은 폴 골드슈미트(워싱턴 내셔널스)의 홈런으로 다시 추격했으나 마무리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투수로 3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를 올렸다. 타자로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팀을 하나로 만든 베테랑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훌륭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인물은 무라카미였다. 대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딛고 마지막에 일어섰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56홈런을 쳐 1964년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세운 일본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기록을 세웠다. 일본프로야구 최다 기록(블라디미르 발렌틴·60홈런) 도전엔 실패했지만, 2003년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 시절 세운 아시아인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WBC에서도 4번 타자로 낙점됐다.

그러나 한·일전을 포함해 1라운드 4경기 내내 부진했고, 결국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에게 4번을 내주고 5번 타순에 들어섰다. 준결승에서도 마지막 타석 전까지 21타수 4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4-5로 뒤진 9회 말 무사 1·2루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려 역전승을 이끌었다.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대 쿠바의 야구 결승전. 한국팀 우승. 1초 2사 1루 이승엽이 투런홈런을 치고 3루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대 쿠바의 야구 결승전. 한국팀 우승. 1초 2사 1루 이승엽이 투런홈런을 치고 3루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무라카미의 이번 대회 행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을 떠올리게 한다.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은 부진했던 이승엽을 계속해서 4번 타자로 기용했다. 1할대 타율에 그치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 8회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결승 홈런을 쳤다. 기세를 탄 이승엽은 쿠바와 결승 첫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려내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준결승이 끝난 뒤 "마지막엔 너로 이긴다"며 무라카미를 격려했다. 번트까지 생각했던 무라카미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 결승 첫 타석에서 동점포를 쏴올렸다. 15년 전 한국의 홈런타자 이승엽처럼, 무라카미도 끝내 해피 엔딩을 만들었다.

이승엽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라카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본 중계 카메라 앞에서 "아, 뭐, 최고입니다"라고 말한 뒤 "선제점을 빼앗긴 뒤 어떻게든 빨리 따라잡고 싶었는데, 한 번에 추격해서 너무 좋았다. 끝나고 나니 기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라카미의 눈가는 촉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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