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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까지 원고 고친 尹…전례 드문 '23분 국민설득'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한·일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피력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평소 간결한 원고를 선호했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7500여자에 달했고, 23분간 이어졌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 것도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세세히 설명해 드리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기존 형식과 달랐던 만큼, 윤 대통령의 발언 준비 과정도 치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문구를 하나하나 뜯어고치며 논리를 다듬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23분가량 이어진 윤 대통령의 연설은 한 ·일 관계에 집중됐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23분가량 이어진 윤 대통령의 연설은 한 ·일 관계에 집중됐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전날인 20일 오후 6시 30분부터 발언 원고를 들고 수석 및 참모들과 독회(讀會)를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정된 원고였지만 독회는 3시간 30분가량 이어져 저녁 10시에 끝났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참모진에게 “감정적 접근을 자제하라”“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라”“맹목적 반일주의를 경계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회의 석상에선 과거 반대를 무릅쓰고 미래를 바라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결단도 언급됐다. 2003년 일본을 국빈방문해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도 원고 초안엔 포함됐으나 최종적으론 빠졌다고 한다.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방일 결과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방일 결과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독회 뒤 수정된 원고를 들고 관저로 퇴근해 새벽까지 수정 작업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원고를 다시 전달한 시간은 21일 아침 7시경. 오전 9시부터 윤 대통령과 수석들이 다시 모여 문구를 세세히 뜯어봤고, 오전 10시에 열린 국무회의 직전에서야 최종본이 탈고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상 윤 대통령은 새벽 4시면 일어나 업무를 보기 시작한다”며 “관저에서 밤새 원고에 담긴 한·일 관계 내용을 다듬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수정 지시에 따라 21일 국무회의 발언엔 “지난 24년간 한·일 양국 기업이 추진한 해외 공동 사업은 약 27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삼성·현대·LG·포스코와 같은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징용 피해자) 7만 8000여 명에 대해 약 6500억 원을 정부가 재정으로 보상해 드렸다”와 같은 구체적 수치 등이 포함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과거 맹목적 반일주의를 넘어섰을 때 한국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었다”며 “한·일 관계에 있어선 미래를 바라보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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