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대신 태극기 단 이재명 "日 퍼주기, 노동자 쥐어짜기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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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일본 퍼주기, 노동자 쥐어짜기가 아니고 다급한 민생경제를 지키는 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경제정책 역주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어제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소부장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과연 어느 나라 경제산업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 횡포에 맞선 우리의 기술 독립, 소부장 자립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 사례였다"며 "소부장 특례 보증에 대한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다른 소부장 관련 예산들도 대폭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은 피해를 보고 일본 기업은 혜택을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서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원내대표도 "역대 우리 정부 어느 대통령도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대놓고 퍼주기 외교를 했던 전례는 없었다"며 "위안부 합의로 지탄받던 박근혜 정부조차 일본의 사죄 반성은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유관 상임위가 참여하는 합동 청문회를 국정조사와 함께 이른 시일 내에 실시할 것을 각 정당에 제안하며, 여당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할 경우 다른 야당들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권이 강제동원 제3차 변제라는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기기 전에 이를 입법부인 국회가 바로잡을 법률 제정도 함께 검토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금배지 대신 '태극기' 배지를 단채 회의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한 공세인 셈이다. 주로 보수 진영에서 ‘애국 보수’ 상징으로 쓰이던 태극기를 사용해 반전 효과를 불러올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국회 안팎으로 태극기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정상회담의 반발 의미로 '태극기 피켓'을 게재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됐다. 정부의 강제 동원 해법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집회에서도 태극기를 들며 반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정부의 근로 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을 과로사로 내모는노동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주당 52시간제 정착을 넘어서서 이제 주 4.5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에 따른 시장 불안을 거론하면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현재 5천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대출 금리 부담을 보다 완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VB 사태와 같은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