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셔터스톡
최근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마다 자발적으로 ‘패스트푸드’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인들은 찬물도 건강에 안 좋다고 안 마실 정도로 건강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패스트푸드를 선호한다니, 이들답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자세한 내용은 DT차이징(DT財經)에서 실시한 ‘직장인 선정 패스트푸드 1위 브랜드 (打工人心中的“快餐之王”,誰是第一)’ 설문조사의 결과를 살펴본다.
조사에 참여한 1068명 중 지우우허우(九五後,1995년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 이후 출생자)가 50.7%를 차지했으며, 일선도시(一線城市,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포함한 중국의 대도시) 거주자 역시 절반을 넘었다. 따라서 해당 설문조사는 패스트푸드에 관한 도시 젊은이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중국식’ 패스트푸드 인기

'얼마나 자주 패스트푸드를 먹습니까?'라는 질문에 '일주일에 여러 번'과 '매일'이라는 답변이 55.9%를 차지했다. 사진 DT차이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패스트푸드를 매우 자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여러 번 패스트푸드를 먹거나 심지어 매일 패스트푸드를 먹는 이들의 비율이 55.9%에 달한다. 반면, 패스트푸드를 거의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은 4%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자주 먹는 패스트푸드의 종류다. 죽·면·탕으로 대표되는 중국식 패스트푸드(75%)가 햄버거·피자·샌드위치 등으로 대표되는 서양식 패스트푸드(62.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중국식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반찬과 밥, 국을 곁들인 제품이 많아 집밥과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중국에서 패스트푸드와 일반 식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中 MZ세대가 패스트푸드 먹는 이유, ‘귀찮아서’ vs ‘맛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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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시의 생활 리듬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모처럼 주어진 휴식 시간에 재료 구매, 손질부터 설거지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패스트푸드를 먹는 이유로도 ‘귀찮고 요리하기 싫어서’가 1위로 뽑혔다. 패스트푸드가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를 대충 끼니 때우기로 생각하는 이들은 25%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가 맛있어서 먹는다는 응답은 무려 40%가 넘었다. 특히 링링허우가 패스트푸드를 먹는 이유로는 ‘맛있어서’가 1위를 차지했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중국의 젊은 세대는 패스트푸드 자체를 굉장히 선호한다.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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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주 찾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에는 이변이 없었다. 맥도날드와 KFC가 가장 많이 먹는 패스트푸드 브랜드 TOP2에 선정됐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맥도날드를, 60% 가까이가 KFC를 선택했다. 중국 패스트푸드 전쟁에서 맥도날드가 1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가장 자주 먹는 패스트푸드 브랜드 TOP20에 맥도날드, KFC, 버거킹, 란저우라면, 사셴샤오츠, 양궈푸 등이 뽑혔다. 사진 DT차이징
버거킹, 란저우라면(蘭州拉麵), 사셴샤오츠(沙縣小喫) 등 브랜드가 KFC의 뒤를 이었다. 그중 란저우라면과 사셴샤오츠는 중국식 패스트푸드계의 양대산맥이다. 사셴샤오츠는 약 20위안대의 저렴한 가격에 밥과 고기, 채소 등 균형 잡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젊은 소비자들은 중국식 패스트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아직 중국 국산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에서는 맥도날드, KFC에 필적할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곳이 없다.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에 아직 현지 음식의 상품화, 브랜드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룽장족발밥. 사진 지엔수
이는 중국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지역 특색이 분명한 것과도 관련 있다. 많은 응답자가 선호하는 패스트푸드 메뉴로 룽장족발밥(隆江豬腳飯), 황먼지미판(黃燜雞米飯, 중국식 찜닭 덮밥), 광둥식 사오라(廣式燒臘, 간수에 삶은 고기) 등 지역 음식을 꼽았다. 족발밥, 사오라는 모두 해당 지역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지만, 해당 메뉴를 전국에서 즐길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화한 브랜드는 아직 없다. 한 응답자는 '가장 선호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지역 맛집 배달'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지역별로 가장 자주 찾는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맥도날드와 KFC가 뽑혔다. 일부 현지 브랜드가 주변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기도 하다. 충칭(重慶)시에서는 ‘샹춘지(鄉村基)’ 가 KFC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으며, 허페이(郃肥)시에서는 현지 브랜드인 ‘라오샹지(老鄉雞)’가 KFC와 맥도날드를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샤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샤셴샤오츠다.
패스트푸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은 어디?

사진 DT차이징
중국 18개의 도시 중 샤먼(厦门)에 패스트푸드 애호가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DT차이징의 조사에 따르면, 샤먼에서는 10명 중 최소 9명이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다른 도시를 크게 능가하는 수치다. 항저우(杭州),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청두(成都), 우한(武漢), 지난(濟南) 지역에서도 60% 이상이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는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비율이 절반 정도에 그쳤다. 생활 리듬이 빠른 지역일수록 사람들이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결과다. 이는 중국 젊은 세대가 패스트푸드 선호하는 데에는 간편함보다 맛이나 품질, 가성비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의 전망은?
DT차이징의 설문조사는 세 가지 결론을 내린다. 첫째, 패스트푸드가 중국 젊은 세대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여겨지고 있다. 둘째, 중국의 젊은 세대는 패스트푸드가 '간편해서'보다 '맛있어서' 먹는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중국식 패스트푸드를 선호하지만, 아직 중국 시장에는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중국식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없다.
1987년 베이징에서 KFC가 문을 열었다. 중국에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패스트푸드는 중국 전역에 침투했다. 중국인들 역시 퇴근 후 장을 보고 요리하는 이전의 생활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중국인들의 식습관과 치열한 브랜드 경쟁에서 중국의 패스트푸드 시장은 어떻게 진화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