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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

슬램덩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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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하다. 이 작품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으로 바꿔놓은 주요 인물들의 원래 일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장 채치수의 일본 이름은 아카기 타케노리(赤木剛憲). 진주만 공격 등에 투입된 일본 제국해군의 항공모함 아카기(赤城)와 발음이 같다. 정대만의 일본 이름은 미쓰이 히사시(三井 寿). 미쓰이(三井)는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은행, 광업 등에서 270개의 회사를 보유한 거대 일본 전범 기업 중 하나다. 송태섭의 성 미야기(宮城)는 일본 천왕이 사는 궁을 상징한다. 서태웅의 이름 카에데(楓)는 일본 화투에 나오는 단풍나무로 일본의 문화 침공을 의미한다. 주인공 강백호는 사쿠라기 하나미치(櫻木花道)다. 사쿠라기는 벚꽃나무. 일본의 상징이다. 일본의 정신을 기리고 제국주의 국가로 우뚝 서 꽃길을 걷겠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들이 소속된 북산고의 붉은 유니폼은 일장기의 붉은 원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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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리에 가서 이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상대는 나의 안부를 걱정할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 후 돈카츠 식사를 놓고 돈카츠가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담은 음식이라거나, 1895년 을미사변이 있던 해에 창립한 렌가테이에서 먹다가 “돈가스 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술자리 우스개소리라면 몰라도 사회 지도층인 야당 인사의 입에서 나오면 야당의 안부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얻은 국익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따져봐도 비판할 것은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