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퍼스트리퍼블릭서 92조원 빠져나갔다…주가 47% 급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지난 10일부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FRB) 은행에서 ‘뱅크런’이 지속되며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부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FRB) 은행에서 ‘뱅크런’이 지속되며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FRB)의 ‘위기설’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FRB에 자금을 ‘수혈’했던 미 대형은행들은 다시 한번 지원 대책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한국 국민연금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FRB 지분을 상당 수준 보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FRB 주식을 25만2427주(약 402억원), KIC는 13만7853주(약 220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만일 FRB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시그니처은행처럼 파산한다면 한국의 국부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 등에 따르면 FRB 고객들은 지난 10일 시작된 SVB 사태 이후 총 700억 달러(약 91조6000억원)를 인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예금액의 절반에 달한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는 FRB는 기업과 부유층 등 고액 예금 비중이 높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면 ‘제2의 SVB’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앞서 16일 미국의 대형은행 11곳은 FRB에 총 300억 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FRB의 신용 등급을 이례적으로 일주일 새 두 차례 낮췄다. 미 대형은행들의 자금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압박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20일 뉴욕증시에서 FRB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47.11% 급락한 12.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 대형은행들은 FRB ‘구출 작전’에 다시 나설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JP모건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는 등 ‘소방수’ 역할을 했다. 또 FRB 사태가 금융 시장 위기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미국 금융당국이 전체 은행 예금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재무부 당국자들이 의회 승인 없이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현재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전체 예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장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진 않고, 상황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에 검토에 나선 수준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서 FDIC는 파산 사태를 맞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선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을 전액 지급 보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뱅크런으로 무너진 SVB는 분할 매각이 결정됐다. 미 금융당국은 SVB를 예금 사업부와 자산관리 사업부로 나눠 팔기로 했다. 소식통들은 파산 금융기관 인수 경험이 많은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가 SVB 전체를 인수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분할 매각 시에도 입찰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은행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고금리다.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가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셈법이 복잡해진 이유다.

Fed는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금융 불안을 잠재워야 할 딜레마에 처했다. 시장의 전망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론이 우세하지만,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20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은행권이 처한 스트레스 때문에 이번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