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원인데…임진강 교량공사장, 비처럼 시멘트물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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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찾은 경기 파주시 임진강 리비교 재가설 공사 현장. 상수원 보호구역인 임진강으로 타설 중인 레미콘의 시멘트 성분 침출수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 박우균]

지난 20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인근 임진강에서는 리비교(북진교) 재가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설치된 교각과 상판 위로 중장비가 움직이고, 철골 구조물에는 인부들이 올라가 거푸집에 레미콘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내내 상판 10여m 아래 임진강으로 굵은 장대비처럼 레미콘 침출수가 떨어졌다. 교각 옆을 지나며 조업하던 한 소형어선 위로도 침출수가 떨어져, 어선 바닥 곳곳에 희끗희끗한 자국이 남았다.

전영수 북파주어촌계장이 공사 현장 하류 금파취수장을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시멘트 성분 레미콘 침출수가 유출된 임진강은 파주시의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오염 현장을 처음 발견하고 파주시청 등에 알린 어부 박우균씨는 21일 “교량 레미콘 타설 작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장대비가 쏟아지듯 레미콘 침출수가 임진강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계속 떨어져 내렸다”며 “이런 상황은 파주시에 긴급하게 공사 중지를 요청한 어제(20일)에 이어 오늘(21일)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작업이 수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파주시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노후한 리비교(길이 328m, 폭 11.9m)의 재가설 공사를 하고 있다. 기존 교각을 철거하고 기초부터 다시 세운다. 하부구조물 시공은 마쳤고, 지난 20일부터 교량 상판에 레미콘 타설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8월 30일 완공 예정이며, 공정률은 77%다.

레미콘 타설 작업이 한창인 현장. 전익진 기자

문제는 레미콘 침출수가 이틀째 유입된 임진강이 파주시민의 식수원이고, 취수장이 공사 현장 인근이라는 점이다. 파주시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857m 하류에 위치한 금파취수장에서는 매일 7만2263㎥의 임진강 물을 취수한다. 이 물이 정수를 거쳐 파주읍(연풍리)·법원읍·민북지역(장단면)·파평면(마산리)·탄현면(통일동산)·광탄면 등지의 시민 26만명에게 수돗물로 공급된다. 파주시는 금파취수장부터 리비교를 포함한 상류 7㎞ 지점(적성면 장좌리)까지 임진강 일대를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수질오염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민들도 불안한 표정이다. 장석우 북파주어촌계 파평선단장은 “시멘트 등 유해성분이 녹아있는 레미콘 침출수가 식수원 취수장 코앞에서 다량으로 유입돼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임진강 일대 어민들도 근심이 크다. 어족자원 오염과 회귀 기피 등을 염려해서다. 특히 어민들의 봄철 최대 수입원이자 귀한 어족자원인 실뱀장어 철을 맞은 데다, 황복 철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장석우 파평선단장은 “봄에 서해에서 임진강으로 회귀하는 실뱀장어와 황복 등 고급 어종은 수질오염에 민감한 편인데, (레미콘 침출수 오염 탓에) 파주 임진강 쪽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영수 북파주어촌계장은 “우선 신설 교량의 레미콘 타설 작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레미콘 침출수 유출 방지책을 마련한 뒤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시멘트 모르타르 등이 임진강으로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사 현장의 거푸집 이음부에 실란트(방수제)를 도포하고 거푸집 하부 작업 발판에 부직포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침출수가 임진강으로 유출된 지난 20일과 21일 현재 금파취수장에서 취수한 원수에서 특별한 오염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원수의 오염도를 면밀하게 살펴보며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