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겁줘서 풀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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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은 “기후 위기 문제가 더 이상 절망감만 양산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다뤄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은 “기후 위기 문제가 더 이상 절망감만 양산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다뤄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겁 줘서 될 일이면 벌써 됐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은 IPCC 제6차 종합보고서 발간을 앞둔 2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후 위기 문제가 더 이상 절망감만 양산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다뤄져선 안 된다”며 “이번 보고서엔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고서 발표 직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며칠 밤을 새우며 분투한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인류의 교과서’로 불리는 제6차 IPCC 종합 보고서가 발표됐다. 핵심 내용은.
“기존 보고서와 비교해 ‘희망의 메시지’를 더 많이 담고자 노력했다. 겁을 줘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면 지구 온난화는 벌써 해소됐을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선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여력이 상당하고, 탄소 저감 기술이 비용 등 측면에서 빠르게 개선하고 있으며, 다수 국가가 탄소 저감 대책을 자국의 경제 발전 도구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하지만 ‘1.5도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는 어렵다는 분석도 담겼다. 2040년 전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던데.
“‘탄소 예산’이라는 개념이 있다. 보통 예산을 넘겨 돈을 쓰면 빚을 지고 이자를 부담하게 되듯이, 이산화탄소도 정해진 한도를 초과해 배출하면 ‘지구 온도 상승’이라는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은 1.5도 목표를 위한 탄소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다. 기존 인프라 투자 방식의 상당 부분이 ‘저탄소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발간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과학자 간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과학자는 항상 대립을 거듭하지 않나. 우리도 그런 과정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 다만 놀랍게도 회원국 간 대립했던 문안은 거의 없었다. 보다 과학적 측면에서 메시지를 명확하게 하려다 보니 고민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한 문장을 두고서 몇 시간씩 갑론을박을 벌였다. 막판에는 며칠 밤을 새웠다. ‘지속가능한 세계’를 강조하면서 정작 문안 합의 과정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임기 7월까지인데 재선 출마 가능성은.
“7월 이후 자유인이 되고 싶다. 다만 회원국 정부 요청이 있으면 재선에 임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기후 위기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한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외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만의 방식’으로 해나가면 된다. 기존의 경제 발전 방식을 따를지, IPCC가 말하는 기후 친화적인 탄소 중립 대책과 기술을 택할지는 한국이 보기에 가장 바람직한 판단을 하면 된다.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좋은 투자 방식이 뭘지, 최선의 환경 친화적 기후 온난화 방지 대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면 어느새 다른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나라가 될 것이다.”
기후 변화 대책에는 항상 산업계의 우려가 따라온다.
“기후 대책과 산업 대책이 따로 존재할 수는 없다. 기후 대책을 따르다가 경제와 고용에 마이너스 성장이 벌어진다면 어느 국가가 그런 대책을 수립하겠나. 산업계와 동떨어진 기후 대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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