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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만나는 그 시간, 日총리는 우크라 부차로 향했다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集)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 앞서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를 방문했다. 부차는 개전 초기 러시아군에 점령당했을 때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돼 이번 전쟁의 참상을 상징하는 도시다.

우크라이나 부차 마을의 성 앤드류 레르보즈반노호 교회 경내의 집단 무덤 현장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 마을의 성 앤드류 레르보즈반노호 교회 경내의 집단 무덤 현장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AFP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현지시간으로 정오를 넘겨 수도 키이우의 기차역에 도착했고, 곧바로 같은 기차에 올라 부차로 향했다고 전했다. 부차 방문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 앞서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키이우를 방문하지 않은 유일한 주요 7개국(G7)의 지도자였다. 이날 기시다 총리의 방문에 우크라이나는 “아시아 국가의 단결의 몸짓”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에미네 제파르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 차관은 “이번 역사적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강력한 연대와 협력의 표시”라며 “일본이 우크라이나의 미래 승리에 기여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일본 국회의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인도에서 일본 기업 관계자와 만찬을 한 뒤 오후 7시 이전에 호텔로 돌아왔고, 외무성이 오후 7시 20분께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시작하자 호텔을 빠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국회 회기 중 총리나 각료가 해외 출장을 떠날 경우 사전에 국회 승인을 얻는 것이 관례지만, 기시다 총리는 당초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변경해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국회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일정과 동선이 노출되면 안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의 이례적인 행보에 의회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방문”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은 “환영하고 싶다. 매우 유익하다”고 논평했고, 또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부차의 집단 무덤터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부차의 집단 무덤터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분쟁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타스·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 주석은 이날 오후 회담을 위헤 크렘린궁에 도착했다. 이날 회담은 정상 간 단독 회담에 이어 대표단이 배석하는 확대 회담, 서명식, 공동 성명 발표, 만찬 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 및 주요 국제·역내 현안에 대해 의논할 예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방안도 논의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화를 재개하고 휴전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이번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다만 시 주석의 방러 직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해 시 주석의 중재 행보가 퇴색될 형편에 처했다.

러시아의 TU-95MS 전략 폭격기가 동해의 중립 수역 상공 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TU-95MS 전략 폭격기가 동해의 중립 수역 상공 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에 맞춰 러시아는 동해 상공에 전략폭격기를 띄웠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전략 미사일 폭격기 TU-95MS 두 대를 출격시켜 동해상 인근에서 비행을 실시했다”며 “전폭기는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계획된 비행을 했고, 국제법을 준수한 가운데 중립 수역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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