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반동문화배격법 "남한 말투·창법도 처벌"…부모에게 책임 묻기도

중앙일보

입력

북한에서 지난해 8월 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이 처음 공개됐다.

대북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21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 회의장에서 열린 '북한 인권 COI(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이후 10년간의 변화' 세미나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유엔 인권조사위 10주년, 북한 인권 ‘뒷걸음’. [일러스트=김지윤]

유엔 인권조사위 10주년, 북한 인권 ‘뒷걸음’. [일러스트=김지윤]

북한은 남한 문화 등 외부 문화 유입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영상과 음악 등 각종 콘텐트를 이용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콘텐트를 유포하는 자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이용자는 최대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 제3장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제작된 콘텐트 일체를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면서 금지 대상을 나열하고 있다.

TV·라디오·컴퓨터·저장 매체 등을 이용한 콘텐트 유포·이용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제3장에서는 이 밖에도 외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행위, 해당 전화기로 콘텐트를시청하는 행위 등을 불법으로 지목했다. 또 복사기·인쇄기를 통한 복제 행위도 금지돼 있다.

대북전단 등을 지칭하는 ‘적지물’에 불순한 내용이 있는데도 주무 기관에 바치지 않고 보관·시청·이용·유포하면 처벌되며 괴뢰글(한국 출판물 등)과 그림, 상표 등 불순한 물품을 판매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통상 음란물에 해당하는 ‘성록화물’을 유포·이용하면 안 되고, 법 집행기관 및 단속 기관 구성원이 압수 또는 몰수된 출판물을 유포·이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특히 한국의 출판물이나 음악뿐 아니라 한국식 말투와 창법까지 금지한 조항도 있다. 제3장 24조는 ‘기관·기업소·단체와 공민은 괴뢰말과 글, 창법을 사용하지 말며 괴뢰말투로 된 통보문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에는 자녀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 묻는 조항도 있다. 제3장 26조는 ‘부모는 가정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여 자녀들이 불순출판선전물을 시청·류포(유포)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자녀가 콘텐트를 이용하면 부모까지 처벌받는다는 취지다.

외부 콘텐트를 유입·시청·유포한 행위가 발생한 것을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으면 ‘로동단련형’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있다.

김태훈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최소 벌금부터 최대 사형까지 처벌 규정을 둔 이 법은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처벌 수위를 강력범죄 수준으로 높여 생명권을 침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처벌 수위도 ‘많은 양을 유포’하거나 ‘정상이 무거운 경우’ 등 매우 자의적으로 정하게 돼 있어 죄형법정주의까지 어기고 있다”면서 법의 철폐를 촉구했다.

김 대표와 함께 주제 발표를 한 이상용 데일리NK 공동대표는 “북한에서는 주민이 외부 정보로부터 차단되도록 통제하기 위한 단속 인력이 늘었다”면서 “순찰대 등 단속 권한을 가진 기관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