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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꿀꺽 캬~' 밤 9시에 들린 소리…전문가들 "이게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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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최근 내놓은 방송 광고 '이제 만납시다'.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가 최근 내놓은 방송 광고 '이제 만납시다'. [사진 오비맥주]

술 광고의 "카~~"와 같은 감탄사가 음주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런 소리가 안 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수경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1일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립암센터와 대한암예방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박 교수는 "술 광고의 소리를 꼭 제한해야 한다. 소리를 제한하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며 "술을 마시는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고, 맥주병 따는 소리, 소주병 따는 소리를 듣고 감동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토론회 후 기자와 만나 "술 마시는 감탄사, 술 따를 때 거품 소리 등을 들으면 저절로 술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며 "오후 9시 넘어서 갈증이 날 무렵에 술 광고 소리에 노출되면 술을 찾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술 광고의 소리를 아예 없애 무음 상태의 화면만 나오게 해야 한다"며 "그리하면 광고 보고 술 마시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술 판매 시간과 장소를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국내외 음주 폐해 관련 정책의 현황과 전망' 발제에서 "한국은 남녀노소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술을 마실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술 판매일수, 판매 시간, 판매점 밀도를 제한한다. 스웨덴·핀란드·아일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셋 다 제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음주정책이 22위에 불과해 국제기준에 한창 뒤처진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 소주와 맥주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뉴스1

서울의 한 식당에 소주와 맥주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뉴스1

이 교수는 또 "주류회사의 광고 마케팅이 아주 심각하다"며 "한국은 아이돌이 술 광고를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12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맥주 광고를 해서 중독학회가 '미셸콴(피겨의 전설)은 안 되는데, 김연아는 되는 술 광고'라는 성명서를 냈더니 이틀 만에 김연아가 광고를 접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금은 아이돌이 너무 많이 광고해서 일일이 성명서를 낼 수가 없을 정도"라며 "연예인이 술 광고하는 나라가 일본 정도인데, 일본마저도 톱스타는 안 한다. 미국은 톱스타가 자율적으로 안 한다"며 "한국처럼 BTS 같은 글로벌 스타가 술 광고를 하는 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프랑스·영국·이탈리아·이스라엘·독일 등은 연예인이 주류 광고를 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사회지도층의 음주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했다. 그는 "선거 때만 되면 모여서 소맥을 먹고 소통을 한다고들 한다. 이런 것들이 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류광고가 늘면 20대 여성 음주가 증가하고, 소주 도수가 낮아질수록 30대 여성의 음주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30대 여성의 알코올 간경변증 사망률이 남성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알코올은 합법적 상품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며 알코올 건강과 안전문제 대책 기본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포럼을 만들어 대국민 인식 개선 활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별도의 종합대책을 세우고, 주류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음주유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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