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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전격 우크라행…日정상, 2차대전 후 첫 전쟁국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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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경호 문제 등을 들어 우크라이나 방문을 미뤄왔지만, 5월에 열릴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는 일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우크라이나행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서 귀국 않고 폴란드로…열차로 키이우행

일본 외무성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인도를 방문해 2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기시다 총리는 애초 21일 오후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귀국 대신 전세기편으로 폴란드로 향했다. 일본 NHK는 “기시다 총리가 일본 시간으로 21일 오전 9시 30분쯤 폴란드 프셰미실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일본 총리가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폴란드 프셰미실에서 우크라이나행 열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일본 언론에 포착됐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폴란드 프셰미실에서 우크라이나행 열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일본 언론에 포착됐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시다 총리는 프셰미실에서 열차로 이동해 한국시간 21일 오후 7시 30분쯤 키이우에 도착했다. 기시다 총리는 도착 후 곧바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G7 의장국 日 ‘우크라 관련 역할’ 의식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일본에선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5일 총리실에서 열린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5일 총리실에서 열린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를 위해 기시다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지난 1월 6일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 자리에서 키이우 방문을 초청받았다. 당초 우크라이나 침공 1주기인 지난달 말 기시다 총리가 키이우에 가거나 두 정상이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는 방안도 깊이 논의됐다.

그러나 경호 문제와 국회 사전 보고 과정 등이 걸림돌이 돼 무산됐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에 의해 군대나 특수기관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총리를 경호할 비밀 경호국이나 정찰기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총리가 해외에 나갈 때 국회 보고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례를 보안상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젤렌스키 회담 필수적이라 판단”

일본에선 G7 정상회의가 두달도 안 남은 상황인 데다 일본 정부가 이번 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 초청을 검토하고 있는 터라 기시다 총리의 키이우행은 시간 문제로 여겨왔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일본을 제외한 G7 정상들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면 회담을 가졌다”며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의장인 기시다 총리로선 관련 논의를 이끌고 G7의 결속을 호소하기 위해선 직접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5월 G7 정상회담에서 G7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對)러시아 제재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G7 회의가 원자폭탄 피해를 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만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전과 탈핵도 호소할 것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의사도 표명할 예정이다. 아사히는 “일본은 그동안 살상 가능성이 있는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없어 드론, 방탄조끼, 발전기 등을 제공하거나 지뢰나 불발탄 제거를 도왔다”며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특성에 맞는 촘촘한 지원을 계속해 나갈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22일엔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23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기시다 키이우행, 동아시아 분열 보여줘”  

한편 미 CNN 방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 가운데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이뤄지는 현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깊은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CNN은 일본이 미국, 인도, 호주와 함께하는 안보협의체 쿼드의 회원인 사실을 거론하면서 “일본과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맞서기 위한 지역 안보 협력에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약속한 반면 중국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원하는 유일한 목소리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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