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서 행복해요!”
영국 출신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가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하자 1만 5000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환호했다.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그의 첫 내한공연이 열렸다. 영국 보이밴드 '원디렉션'의 막내로 데뷔한 지 12년 만이다.
2017년 싱글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해리 스타일스는 지난해 발표한 3집 '해리스 하우스(Harry's House)'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와 영국 브릿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명실상부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의 첫 한국 무대 소식에 공연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올림픽 공원 주변은 팬들로 북적였다. 콘서트 타이틀인 '러브 온 투어(LOVE ON TOUR)'가 적힌 검정 셔츠를 입거나 'HARRY, YOU ARE THE LOVE OF OUR LIVES(해리, 당신은 우리 삶의 사랑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였다.
18곡으로 꽉 찬 무대…1만5000명 떼창 열광
공연은 3집 앨범 ‘해리스 하우스’의 첫 트랙 ‘뮤직 포 어 스시 레스토랑(Music For a Sushi Restaurant)’으로 막을 올렸다. 밴드와 코러스가 어우러진 강렬한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후 경쾌한 박자에 맞춰 스타일스가 활기차게 등장했다. 보라색과 연두색이 교차하는 줄무늬 민소매 의상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그의 움직임에 따라 반짝반짝 빛이 났다.
공연 내내 그는 중앙 무대와 돌출 무대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누볐다. 밴드 합주 리듬에 따라 팔다리를 휘젓거나 덩실덩실 춤사위를 선보이며 온몸으로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관객들은 연신 “해리! 해리!”를 외치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뜨겁게 반응했다.
한국 팬을 위한 퍼포먼스는 열기를 더했다. "감사해요" "사랑해요"와 같은 짧은 한국어를 공연 틈틈이 구사해 관객들의 함성을 끌어내는가 하면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뛰어다니기도 했다. ‘레이트 나이트 토킹(Late Night Talking)’을 부를 땐 우리 전통 갓을 머리에 썼다. 13년 동안 자신을 기다렸다는 팬에겐 "참 오랫동안 기다렸네"라고 다정하게 말하며 플래카드를 직접 건네받아 목에 걸었고, 생일이라는 또 다른 팬을 위해선 한국어와 영어로 관객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공연 초반부터 계속된 떼창(떼를 지어 노래를 부름)에 스타일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리틀 프리크(Little Freak)'를 부를 때는 "할 수 있는 만큼 크게 불러달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열심히 부르는 관객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부르면서는 관객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으려는 듯 스탠딩 마이크를 관객 쪽을 향해 들어 올렸다.
'트리트 피플 위드 카인드니스(Treat People With Kindness)'가 시작되자 스탠딩석이 아닌 지정석에 앉아있던 관객들도 일어섰다. 공연은 점차 절정을 향했다. 원디렉션의 대표곡 '왓 메이크스 유 뷰티풀(What Makes You Beautiful)'이 이어지자 가수와 관객이 하나가 돼 다 같이 방방 뛰며 무대를 완성했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5차례 1위를 기록했던 3집 대표곡 '애즈 잇 워즈(As it was)'와 '키위(Kiwi)'로 앙코르 무대까지 마쳤다.
이번 스타일스의 내한 공연은 태국 방콕,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을 순회하는 아시아 투어 '러브 온 투어'(LOVE ON TOUR)의 일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중단됐다 재개된 투어로, 처음 한국을 찾은 만큼 공연 내내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스타일스는 공연 막바지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여러분들이 내가 한국에 온 유일한 이유다. 오늘이 우리의 처음이겠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다음 내한 공연을 기약했다. 이날 현장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도 관객으로서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