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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사태, 남일 아냐"…카뱅 대표이사 지낸 野 이용우 경고[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정치권이 지금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안 된다는 쓴소리가 국회 내부에서 나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VB 파산이 당장 내일 우리 얘기가 되지 말란 법 없다”고 경고했다. 2017~2020년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를 지낸 이 의원은 야권 내 대표적인 금융통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형 특화은행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을 향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SVB 파산 후속책으로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를 약속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은 거길 찾아갈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여야 모두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었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SVB는 왜 파산했나
“SVB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특화 은행이다. 스타트업 기업에게 예금 받고, 대출해주는 게 본질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금리가 낮아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외부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은 대출은 안 받고 SVB에 남아도는 돈을 대거 예금했다. 이게 파산의 시발점이 됐다.”
예금이 넘친 게 왜 문제가 됐나
“통상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예대율)이 85~95%라면 SVB의 예대율은 40~50% 수준이었다. SVB는 넘치는 예금을 장기 미국채 등에 운용했는데, 기준금리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은행 재무제표가 흔들렸고, 예금자들은 앞다퉈 돈을 빼갔다. 장기운용 자산이 많다 보니 순간적인 뱅크런(대량인출사태)에 대응도 못 했다. 그 길로 파산한 거다.”
굳게 닫힌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23.3.12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굳게 닫힌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23.3.12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내 은행의 부도위험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국내 신생 은행 중에서 예대율이 유독 낮은 은행이 두 곳 있다. 고금리에서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진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장기 대출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대거 취급하는 저축은행들도 고금리에 취약하다. 마침 SVB 사태 직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났다. 금융기관의 만기 불일치 문제를 챙기라고 권했다.”

그간 SVB 같은 특화은행 설립은 정부·여당의 추진 과제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5대 은행의 과점 구조를 깨야 한다면서 경쟁 촉진을 언급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금융위원회가 특화은행 도입 준비에 나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 기업금융은행’ 설립을 추진해 왔다.

국내 특화은행 추진은 어떻게 될까.
“SVB 파산으로 모두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즉시 중단해야 한다. 벤처·스타트업에 집중한 특화 은행의 경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번에 딱 드러나지 않았나. 국내 은행업의 과점 구조가 문제라는 시각부터 어불성설이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대출·채권 균형을 맞추면 되는 문제 아닌가.
“특화의 개념이 뭔가. 하나만 하겠다는 거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건 특화를 포기한다는 얘기다. 본질을 외면하는, 그저 말뿐인 소리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열리면 특화은행 추진을 당장 관두라고 강하게 얘기할 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벤처·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정부가 벤처·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준다는 느낌이 들게끔 정책금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VB 관련 첫 민생 행보로 ‘정부 역할론’을 재차 강조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같은 방향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6에서 열린 미 SVB 사태 대응 벤처ㆍ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6에서 열린 미 SVB 사태 대응 벤처ㆍ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벤처·스타트업과 만났다. 
“지금은 거길 찾아갈 때가 아니다. 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채무 조정을 하는 게 지금은 중요하다. 정치권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선별하게끔, 그 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업(業)의 본질로 관심을 돌릴 때다. 스타트업 요구대로 금융 지원만 계속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민주당은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 아닌가.
“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은 경제 리스크가 커지는 때다. 경제 리스크는 곧 민생 리스크다. 금융기관이 흔들리면 대출 중단 등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본다. 지금은 고금리와 고환율 리스크를 분산·흡수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중심이 돼서 현실적 대응 방안을 짜내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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