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세력’이란 인식을 보수 지지층에게 줬다.(진중권)
(당 대표를) ‘자르는’ 방향으로 갔다. 나는 ‘출구’가 없었다. 순응하면 정치적 매장이었다.(이준석)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간 서로를 향해 “골방 철학자” “진 석사”(이준석), “철학 없는 정치인”(진중권)이라고 비판했던 두 사람이 만났으니 감정적으로 날 선 공방이 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 교수와 이 전 대표의 인연도 이미 10년이 훌쩍 넘습니다. 토론 곳곳에서 그런 세월의 흔적이 드러났죠. 냉정한 공격 대신 조언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진중권-이준석 맞짱토론
하편 : “2030, 노조 덕 본 적 없다”…진중권·이준석 69시간 생각
진 교수는 지난 2년간 ‘정치인 이준석’의 실책과 근본적인 문제점을 차분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전 대표도 매일매일 현장에서 맞닥뜨렸던 고민을 담담하게 털어놓았습니다. ‘debate(논쟁)’보다는 ‘discussion(논의)’에 가까웠습니다.
토론 초반 진 교수는 이 전 대표를 향해 “그간 너무 잔 기술, 잔 승리에 집착했다”며 “이 전 대표의 정치가 너무 정치공학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철학 있는 정치’가 현실에서 왜 쉽지 않은지 설명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말은 ‘철학의 빈곤’인데, 자신의 입에서 이 말이 안 나오니 배신자가 됐다”고 당내 세력을 비판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이견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런 이견을 내는 것이 소명이 될 수 있다. 철학은 오히려 럭셔리한 꿈”이라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