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역버스 환승할인 손실, 누가 메꾸나"…시-도 핑퐁게임 결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명역KTX~사당역을 오가는 셔틀버스. 사진 광명시

광명역KTX~사당역을 오가는 셔틀버스. 사진 광명시

경기도 내 여러 도시를 오가는 광역버스 회사에 환승할인 보조금을 지급할지 결정하는 것은 경기도지사가 아닌 각 시장·군수 권한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당역과 광명역 간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코레일네트웍스가 경기도와 광명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코레일네트웍스는 2016년 12월 광명시장으로부터 광명역-사당역 노선을 6년간 운행할 수 있는 한정면허를 받았다. ‘KTX 셔틀버스(8507번)’ 이름으로 이 노선을 운행하던 코레일네트웍스는 2017년 3월 “환승할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광명시에 요청했다. 80%의 이용객이 환승할인을 이용하고 있는데도 이 노선에 대해서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 재정지원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광명시는 이 같은 요청을 경기도에 전달했지만, 경기도는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해당 노선 운송사업자를 공모할 당시 ‘별도의 보조금 지원이 없다’는 점을 공지했다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가 경기도 옴부즈만에 고충 민원을 신청해 문제가 다시 제기되자, 광명시는 “보조금 지원이 없다고 공고한 것은 운송 수지 적자에 대한 보조금으로 해석해야 하고, 환승할인 정책에 따른 보조금은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경기도에 보냈다. 하지만 경기도는 “도의 요금정책에 대한 버스업체의 자발적 동참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한 공적 지원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2019년 1월 코레일네트웍스는 경기도와 광명시에 재차 보조금을 신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경기도는 2월 광명시와 코레일네트웍스에 “보조금 지급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음은 기존에 회신한 바와 같고, 광명시에서는 적절히 조치해달라”고 통보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경기도와 광명시에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는 한편, “광명시가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은 것은 위법임을 확인해달라”는 청구를 추가했다. 광명시는 코레일네트웍스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송은 경기도와 광명시 중 손실보조금 지급 권한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쟁점으로 흘러갔다. 2020년 1심 재판부는 경기도가 아닌 광명시에 권한이 있다고 봤고, 광명시가 코레일네트웍스의 보조금 신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경기도에 대한 모든 청구와 광명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는 각하됐다. 하지만 지난해 2심 재판부는 권한이 경기도에 있고, 경기도가 손실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광명시에 대한 청구는 모두 각하하는, 1심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다.

1·2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1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경기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관리 조례’에 따라 도지사가 사업자 면허와 등록 권한을 시장과 군수에게 위임한 경우, 보조금 지급 사무 역시 위임한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봤다. 코레일네트웍스의 보조금 지급 신청에 대해 광명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경기도에는 처분 권한이 없으니, 경기도에 대한 청구는 각하됐다. 경기도가 광명시에 “적절히 판단하라”고 내린 처분은 신청에 대한 결정을 통보하는 것이기보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성격에 불과한 것이라, 행정처분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항고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데, 경기도의 이런 통보는 처분이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처분 권한과 의무가 있는 광명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