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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먹어요" 다 먹은 빈통 인증…리뷰 2700개 다 거짓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저탄고지 식단하면서 이 상품만 구입하게 되네요. 아침저녁 선식 먹을 때도 타 먹는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코코넛 오일)
“선 선물로 미리 구매해뒀습니다. 꾸준히 먹고 있고, 언니한테도 선물하려고요.” (콜라겐 젤리)

2020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페이지에 올라온 코코넛오일 후기. 제품을 실제로는 받아보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이 거짓으로 작성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2020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페이지에 올라온 코코넛오일 후기. 제품을 실제로는 받아보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이 거짓으로 작성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올라온 한국생활건강이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 후기들이다. 이 같은 후기가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건강기능식품업체인 한국생활건강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거짓 후기 작성을 주도한 광고대행업체 감성닷컴에도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빈 박스 받고 쓴 후기 2708건

이들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거짓 구매 후기를 등록했다. 네이버쇼핑의 경우 후기 조작을 피하기 위해 실제 제품을 구매하고 배송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후기 등록을 허용한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해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돈을 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실제론 빈 박스만을 발송했다.

아르바이트생은 내용물이 없는 박스를 받았음에도 마치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것처럼 후기를 올렸다. 이른바 ‘빈 박스 마케팅’ 수법으로 네이버 등에 등록된 한국생활건강 제품 관련 후기만 270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 후기 작성 대가로 아르바이트생은 1000~2000원을 받는다. 구매 후기 수와 판매량이 단기간에 늘어나면 검색 노출 가능성도 커지는 구조다.

점검 강화한다지만, 업계선 “엄청 많다”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한 올해 공정위의 업무계획에는 “뒷광고·이용후기 조작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제 후기 조작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만큼 공정위의 조사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온라인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빈 박스 마케팅 수법이 많이 알려졌지만, 단기간에 큰 효율을 낼 수 있어 여전히 만연한 상황”이라며 “불법이라지만 이 시장 규모만 100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빈 박스 마케팅에 대해선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12월 이른바 ‘뒷광고’ 모니터링을 통해 총 2만1037건을 적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영환 공정위 서울사무소 소비자과장은 “위법 행위를 계속해서 조사하고 제재하고 있지만, 이런 허위광고가 비밀리에 이뤄지다 보니 조사가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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