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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일, 北인권 함께 압박…서해 피격-실종자 단체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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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20년 9월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과 법률대리인이 다음 달 8일 일본 도쿄를 찾아 납북 의심자 가족 단체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따라 북한 인권을 고리로 한 양국 간 민간 협력도 가속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된 뒤 시신이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 관련 일러스트. 중앙DB.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된 뒤 시신이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 관련 일러스트. 중앙DB.

"北 인권도 시너지"

20일 이씨 유족 측에 따르면 다음 달 8일 일본 도쿄의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사무실에서 예정된 면담에는 피살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아라키 카즈히로(荒木和博) 대표, 한국계인 하쿠 신쿤(白眞勲·백진훈) 전 참의원(전 일·한 의원연맹 부회장)이 참석한다.

면담 의제는 총살·납치 등 북한 인권 침해 관련 민간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 유족 및 피해 가족이 진행 중인 소송 관련 정보 교류, 한·일 혹은 한·미·일 북한 인권 협력 구상 등이다.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는 북한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실종자 가족의 신고, 증언 등을 토대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납북자 17명(5명은 2002년 귀국) 외에 400명 이상을 납북 의심자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쿠 전 의원과 김태우 유엔 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이 이번 면담 성사를 중재했다고 한다.

이래진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한·일 관계 정상화 흐름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도 양국이 힘을 합치면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달부터 면담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 기대"

이 씨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향후 한·일 뿐 아니라 한·미·일 민간 차원의 북한 인권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한다"며 "일본 방문 뒤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의 납치 피해 의심자 및 납북자 가족, 미국의 억류 피해자 가족 등 북한에 의해 인권을 침해 당한 한·미·일 피해자 가족이 한국 등에서 대면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씨 유족은 지난해 9월 미국 신시내티에서 북한에 의해 2016년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씨 부모와 만났다.

권 장관은 오는 22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통일부는 이날 권 장관의 방일과 관련 "대북 정책 협의와 납북자 문제 등 북한 인권 문제, 북한 실상 공유 등 양국 공조방안을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서해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오른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당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6월 서해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오른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당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뉴스1.

협력 사각지대 '北 인권'

북한 인권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한·일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던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일본은 '납치의 아베'라고 불렸던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부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菅義偉) 총리까지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정책의 최우선 사안으로 꼽았다. 그러나 전임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보다 남북 관계를 중시하면서 관련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일본한국대사의 납북자 가족 면담도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해 9월이 돼서야 9년 만에 이뤄졌다.

반면 미·일 간 정상회담에선 납치 등 북한 인권 문제가 빠짐없이 다뤄졌다. 외교 차관 등 고위급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일본인 납북자 가족과의 면담이 이뤄지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5년 만에 임명하고,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4년 만에 복귀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속도를 내온 만큼 정상회담을 통한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북한 인권과 관련한 대미, 대일 협력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이대준 씨의 형인 이래진 씨(왼쪽 두 번째)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왼쪽 세 번째)이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의 미국 신시내티 집을 지난해 9월 방문해 유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이대준 씨의 형인 이래진 씨(왼쪽 두 번째)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왼쪽 세 번째)이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의 미국 신시내티 집을 지난해 9월 방문해 유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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