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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닥공” 클린스만, 한국 축구와 궁합 잘 맞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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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영국남자 짐 불리의 EPL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오른쪽)이 차두리 기술고문과 함께 19일 K리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오른쪽)이 차두리 기술고문과 함께 19일 K리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은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지도자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그는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선수 시절의 화려한 이력이 무색할 정도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클린스만을 기복이 심했던 지도자로 기억한다. 하지만 클린스만의 현역 선수 시절에 대한 축구 팬들의 기억은 매우 다르다. 1994년 클린스만이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 당시 13세 소년이었던 영국의 축구팬 스탠 슬라윈스키는 “클린스만은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합류한 최초의 글로벌 축구 스타 중 한 명”이라면서 “토트넘을 응원하지 않는다 해도 클린스만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건 엄청난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클린스만은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엔 독일(당시엔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당시 수많은 신기록을 작성하며 득점 기계로 명성을 떨쳤다. 클린스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 선수권대회 본선에서 최초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주인공이다. 3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매 대회 3골 이상을 터뜨린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20일 파주축구대표팀트 레이닝센터 소집과 맞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흥민. [연합뉴스]

20일 파주축구대표팀트 레이닝센터 소집과 맞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흥민. [연합뉴스]

클린스만은 2004~2006년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그는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견고한 수비 대신 공격에만 매달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월드컵 본선에서 무패행진 끝에 독일을 4강에 올려놓으며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비록 4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3~4위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월드컵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클린스만은 가족과 지내고 싶다는 이유로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클린스만은 중국계 미국인이자 모델 출신의 데비 친과 1995년 결혼한 직후 미국 캘리포니아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후 딸과 아들을 얻었다. 현역 골키퍼로 활동 중인 아들 조너선은 미국 국적자로, 2017년 한국에서 20세 이하 월드컵이 열렸을 때 미국대표팀으로 출전했다. - 역자 주).

2년 뒤 클린스만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을 맡아 다시 축구계로 컴백했다. 이때도 그는 전술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그는 그해 25승9무10패라는 성적을 남기고 뮌헨을 떠났다. 팀의 주장이던 필립 람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체력훈련 말고는 한 게 거의 없다. 전술적인 것들은 무시됐다. 선수들은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따로 모여야만 했다”고 썼다.

밝은 표정을 짓는 김진수와 황의조·권창훈·손준호(왼쪽부터). [뉴스1]

밝은 표정을 짓는 김진수와 황의조·권창훈·손준호(왼쪽부터). [뉴스1]

클린스만은 2011년~2016년엔 미국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미국에서도 선수 발굴과 육성에 집중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커졌지만, 클린스만은 미국을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으며 또 한 번 상황을 반전시켰다. 미국은 ‘죽음의 조’로 불리던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개리 매버트(62)는 토트넘에서 1982년부터 98년까지 몸담으며 619경기에 출전한 영국의 축구 레전드다. 클린스만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뛸 때 팀의 주장이 바로 그였다. 메버트에게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클린스만에 대해 물어봤더니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매버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르겐이 독일 대표팀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고, 미국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이번 기회가 클린스만과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위르겐은 공격적인 경기 방식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는 손흥민 같은 선수를 보유한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면서 “위르겐은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선수들의 공격 잠재력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버트는 마지막으로 “한국 선수들은 기량이 뛰어난 데다 젊고 긍정적이다. 나는 (클린스만호 출범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며 낙관적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 축구대표팀이 환상적인 궁합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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