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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잡혀간다" 트럼프 호소에, 지지층 뭉친다…섬뜩한 공화당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레슬링 챔피언십 경기에 앞서 도착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레슬링 챔피언십 경기에 앞서 도착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속히 뭉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체포 가능성을 거론하며 추종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이후 나타난 양상이다. 다만 이같은 지지층 결집이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 강화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공화당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식 ‘선동 정치’가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배후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목하며 날을 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바이든은 맨해튼지방검찰이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과 아무 관련 없는 척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그는 지검을 불공정한 법무부 사람들로 채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흑인인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을 거론하며 “브래그는 (워싱턴)DC에서 직접 명령을 받는 역(逆)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전날 자신이 21일 검찰에 체포될 것이라며 “저항하라! 나라를 되찾자!”라고 한 데 이어 지지층을 향해 강성 메시지를 낸 것이다.

앨빈 브래그 미 뉴욕 맨해튼지방검사장이 지난해 4월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전국행동네트워크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앨빈 브래그 미 뉴욕 맨해튼지방검사장이 지난해 4월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전국행동네트워크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검찰의 기소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연일 ‘친(親)트럼프 전선 결집’을 호소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실제 당 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화당 내 잠재적인 대선 경선 후보로 꼽혀 온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현 상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보에 비판적이었던 그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쟁) 패러다임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맨해튼지검의 수사를 두고 “이는 민주당이 얼마나 트럼프를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때 공화당 투표를 호소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 체포설과 관련해 “만약 이 일이 벌어지면 트럼프는 압도적으로 재선될 것”이라는 소셜미디어 글을 올렸다.

공화당 내 친트럼프 세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한 압박에도 들어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 대선 주자 중 2위권을 달리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의 잠재적 경쟁 상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임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트위터 글을 통해 “트럼프 팀은 디샌티스의 ‘침묵’에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앞에서 ‘트럼프 지지’를 호소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앞에서 ‘트럼프 지지’를 호소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온라인 추종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극우 성향 정치 운동가 잭 포소비에크가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한) 압박 캠페인에 목소리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잭 포소비에크는 “디샌티스가 어제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은 허리케인 이안에 대한 말뿐이며 (트럼프) 체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NYT는 “친트럼프 성향의 극우 음모론 웹사이트인 게이트웨이 펀딧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문제 회피에 대해 ‘침묵은 귀를 먹먹하게 만든다’는 헤드라인을 달아 올렸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트럼프식 행동 노선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공화당 내 흐름도 감지된다. NYT는 “지난달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공화당 소속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트럼프 체포설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킨에서 열린 공화당 기금 모금 만찬에서 발언을 마친 뒤 현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킨에서 열린 공화당 기금 모금 만찬에서 발언을 마친 뒤 현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1ㆍ6 미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19일 ABC방송에 나와 트럼프 기소 가능성과 관련해 “이는 정치적 기소처럼 보인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하면서도 “시위가 (트럼프가 자신이 체포될 거라고 주장한) 화요일(21일)에 일어난다면 그들은 매우 평화롭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펜스 전 부통령은 전날에도 트럼프의 ‘저항’ 촉구 메시지에 대해 “폭력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층 결집’ 양상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검찰의 기소가 트럼프의 지지세력을 뭉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더라도 공화당에는 장기적으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일부 공화당원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2020년 대선 패배로 빠져나간 무소속과 온건 성향 공화당원들을 다시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 검찰의 기소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특히 “기소된 전 대통령의 모습이나 이로 인해 촉발된 (지지층의) 시위는 트럼프의 재임 시절을 고통스럽게 상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반(反)트럼프 ‘링컨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인 공화당 전략가 마이크 마드리드는 “검찰의 기소가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강화시키더라도 선거 때 당에는 아무런 도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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